전통미 물씬 풍기는 두 편의 사극 뮤지컬이 연말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올 한 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왕의 남자'와 연말 안방 극장의 화두(話頭)로 떠오른 '황진이'가 화려한 볼거리를 갖춘 뮤지컬로 만들어져 무대에 올려진다. '왕의 남자' 원작 희곡을 바탕으로 한 '이(爾)'는 지난달 부산과 울산 공연을 마치고 10일부터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올려지고 3년간의 준비기간 동안 15억원의 제작비가 투자된 황진이는 25일부터 12월25일까지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이(爾)=영화 '왕의 남자'가 장생에 초점 맞춰져 있었다면 뮤지컬 '이'는 여장 남자 공길이의 갈등과 에피소드가 골격을 이룬다. 광대들의 흥겨운 춤판과 타악 퍼포먼스가 뮤지컬의 흥을 돋구는 볼거리로 첨가됐다. 또한 광대들이 지팡이와 부채를 들고 펼치는 장님놀이를 비롯해 살판(땅재주), 버나, 덧뵈기(탈놀음), 덜미(꼭두각시 놀음) 등 남사당 풍물 놀이가 현대적 감각으로 무대 위에 펼쳐진다. 여장 남자 '공길' 역은 뮤지컬 '알타보이즈'에 출연했던 최성원과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한 금승훈이 맡는다. 연산은 김법래, 장생은 안성빈ㆍ조유신, 녹수는 백민정ㆍ신영숙ㆍ여정옥이 뽑혔다. 이번 뮤지컬의 연출은 연극 '이'의 원작자인 김태웅씨가 직접 맡았다. 6년 전 연극 '이'가 초연됐던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10일부터 12월3일까지 공연된다. 작사 장유정, 작곡 김성준. (02)523-0986 ◇황진이=지금껏 영화와 TV 드라마로만 제작됐던 황진이가 처음 뮤지컬 무대에 올려진다.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했지만 줄거리는 현대적 감각에 맞게 새롭게 꾸몄다. 김성주 스탠딩컴퍼니 대표는 "역사적 사실 보다는 평범하지 않은 환경을 지혜로 극복한 여인의 삶과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남자 '단'과 세상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황진이의 연인 '사종' 등 허구적 인물이 황진이의 스승이었던 화담 서경덕 등 실재 인물과 뒤섞여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황진이 역에는 뮤지컬 '겨울연가'로 데뷔한 서정현과 언더그라운드 밴드 '뷰렛'의 보컬 문혜원이 뽑혔다. 음악은 독일출신 작곡가 미하엘 슈타우다허가 맡았다. 현재 경희대 음악과 교수로 있는 슈타우다허는 청연, 이중간첩, 인디안 썸머 등의 영화음악을 만든 작곡가로 뮤지컬 황진이에서 동양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서정인 선율을 선보인다. 대본은 봄의환씨가 썼고 가사는 김종국의 '한남자' 등을 쓴 조은희가 맡았다. (02)598-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