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장

"경기과열 판단내리긴 아직 일러"대담: 김희중 경제부장 jjkim@sed.co.kr >>관련기사 "일부에서 경기가 너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는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성급한 판단입니다"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거품론'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이 크게 뛰고 있긴 하지만 이는 80년대 악성투기와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강 원장은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공급자 입장에서 푼 규제를 다시 점검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강 원장은 "실질경제성장률이 5%대로 확실히 예측되면 주가 역시 1,000포인트를 넘어서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4월까지 내수가 뒷받침하던 경기가 5월에 수출주도로 전환될 때 현재의 내수진작책을 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세가 생각보다 빠릅니다. KDI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경기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주식시장이 좋아지면서 기업은 물론 국민들의 심리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에 대해 판단을 내리긴 아직 이릅니다. 수출은 여전히 두 자리 수 이상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월 산업동향이 10% 상승했다고 경기과열을 이야기 하는 건 무리입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회복돼야 합니다. 수출이 플러스로 반전되고 설비투자가 증가할 때까진 현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선 안됩니다. -회복세라고 하지만 아직 소비와 건설경기 등 일부 산업만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내수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실제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올해 내수증가가 지난해보다 확대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아직은 내수가 경기를 받쳐줘야 합니다. 물론 일부 강남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1월 중 7.9%나 오른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이나 90년대 초반 악성투기 현상과 성격이 다릅니다. 지방 아파트값이나 지가는 오르지 않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 부문이 지나치게 위축돼 실업자가 양산되고 주택공급도 줄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규제를 풀었습니다. 이제 건설경기 살아나고 10만호가 넘던 미분양주택도 3만5,000호까지 줄었습니다. 하지만 경기회복이 확실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건설경기를 냉각시키는 건 곤란합니다. 수출, 설비투자 등의 지표가 확실한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이 되면 당시 공급자 입장에서 내놓았던 정책이나 규제완화에 대해 재검토 해야 할 것입니다.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과열양상을 보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건 저금리정책 때문이 아니라 은행간의 경쟁 때문입니다. 현재 은행은 종래 기업금융 중심의 일본ㆍ독일식 패턴에서 개인금융 중심의 프랑스ㆍ미국식 패턴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있습니다. 작년 11월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비중이 43%였으나 지금은 50% 가까이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문제될 정도는 아닙니다. -내수에 비해 부진한 수출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제품, 다시 말해 철강ㆍ자동차ㆍ반도체 등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더욱 높이는 겁니다. 이젠 단순제조가 아니라 디자인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IT화를 통해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선산업이 대표적인데 만약 조선이 IT화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수년 내 중국에 조선산업을 넘겨줘야 했을 겁니다. 현재 조선산업은 IT화를 통해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최근 덤핑제품 문제로 국가간 통상문제가 수출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수출을 위한 대외적 조건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철강 덤핑제품판정에 대해 WTO에 제소한 상태지만 여기서 기억할 건 미국이 자신들과 자유협정을 맺은 국가는 그 대상에서 빼줬다는 겁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역시 자유협정을 통해 국가간 협력관계를 넓히는 것이 현명합니다. 결국 수출에선 미국경제 회복이 관건인데 아직 불확실합니다. 일본경제는 위기는 없겠지만 금융부실을 치유하는 데 따르는 고통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국제유가, 원자재가격이 오르는 기미가 보이지만 불안한 정도는 아닙니다. -주식시장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주가가 기대처럼 1,000포인트를 넘길까요. ▲주가는 기대심리가 작용합니다. 4월까지 내수 중심을 유지하다가 5월부터 수출이 회복되면 증시 역시 굴곡없이 좋아질 것입니다. 실질경제성장률 5%가 확정된다면 1,000포인트를 회복하는 시점도 빨라질 겁니다. 다만 미국이나 일본경기가 불안해진다거나 노사관계가 악화돼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 등이 변수로 남습니다. 상장기업들은 이익을 낼 경우 배당을 더 많이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저금리 시대에 주식투자의 수익이 실현돼야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도 높습니다. 일부에선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재 금리와 물가수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현 정책기조를 변경할 시점은 아닙니다. 3~4개월의 시간차가 있긴 하지만 M3 증가율이 지난해 11, 12월 기준으로 11% 수준인 만큼 우려할 정도가 아닙니다. 수출이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5~6월이 되면 내수 진작책을 다시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인플레 압력을 판단하기도 아직 이릅니다. 자칫 내수를 손상시킬 염려가 있으므로 수출이 좋아지면 그 때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 한국은행이 금리를 움직이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금리가 다시 두 자리 수로 올라갈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 저금리 기조에서 주목할 것은 중소기업에 그 혜택이 미치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스프레드가 줄고 있는 건 긍정적이지만 아직 우량기업이 아니면 돈이 흘러 들어가지 않습니다. - 하이닉스, 대우차, 대한생명 등 일부 부실기업 처리문제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특히 하이닉스는 당초 예상보다 처리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하이닉스가 1,2월에 약간 이익을 냈지만 그게 회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도인지는 판단해봐야 합니다. 1년에 2조원 이상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빚도 갚아가며 투자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돼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주주구성을 보면 외국인 기업입니다. 하지만 주주비율만 보고 기간산업을 포기한다고 봐선 안됩니다. 산업기반, 부채조정, 소액주주 문제 등 시장을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하이닉스가 마이크론과 합병하면 공급조절이 가능해집니다. 또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면 삼성전자에도 이익이 됩니다. - KDI비전2011 가운데 고교평준화 폐지, 기여입학제 도입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항입니다. 특히 지난 번 고교배정파문으로 평준화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현 교육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고교평준화 폐지와 기여입학제 도입은 교육자율화를 위해 필요합니다. 물론 일시에 평준화 제도를 폐지하는 데 따른 충격이 있겠지만 충격이 두렵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는 일입니다. 교육 역시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금까지의 관치교육 요소들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리=이연선기자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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