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의 국제 금융시장] 존.J.보첼리 한빛은행 재무기획 부본부장
여신편중 벗어나야
한국의 금융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부실금융기관의 폐쇄, 합병, 조직 및 인원감축 등을 통해 괄목할 만한 구조조정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본다. 해외 투자가나 채권금융기관들은 한국의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능력의 부족, 재무정보의 투명성 부족 그리고 과다한 부실여신등에 대해 아직도 우려를 갖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도 일부에서의 양 위주의 경영, 노사대립, 그리고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이 늦은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제 2001년에 접어들면서 자발적으로 또는 타의에 의한 은행간 합병이 시작되고 있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는지를 다시 한번 시험하게 될 것이다. 멀리 볼 필요 없이 이웃나라인 일본 의 경우를 보면 대형화 주장에 대한 허구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합병은 긍정적인 효과도 갖고 있다고 본다.
합병으로 점포망 정비 및 구조 혁신을 할 수 있으며 고객만족 및 상품혁신등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자금 및 자본조달 코스트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며 위험에 따른 가격결정 개선 등을 통해 ROA, ROE를 향상시킬 수 있는지는 과제로 남게 된다.
남아 있는 은행들이 똑같은 상품과 비슷한 가격구조로 똑같은 고객에게 영업하면서 위험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머지않아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이 또 필요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분명한 점은 구조조정은 한번에 끝나고 말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거의 그릇된 여신관행을 타파하고 안정된 영업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혁신적이고 지속적인 프로세스가 되어야 한다.
한국의 은행들의 강점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어렵고 복잡하면서 급변하게 변하는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구조조정을 하는 능력이라 할 것이다. 소위 IMF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의 은행들은 전략 및 영업, 내부구조등에서 괄목할 만한 구조조정을 해왔다.
또한 한국의 은행들은 과거 양적 팽창 위주의 영업에서 수익성 위주의 영업으로 경영의 초점을 바꿨다. 과거의 은행산업은 클수록 좋다라는 전제 하에 영위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급변하는 국제금융 환경하에서는 규모는 가끔 혁신 및 고객만족등에서 장애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99년초에 합병은행인 한빛은행이 출범할 때 1만7,000명에 달하는 직원과 국내에 약 1,000개 및 해외에 33개의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재 직원 수는 1만명 이하로, 점포수는 국내 624개, 해외 14개로 각각 감소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개인고객, 기업고객, 신용카드, 자본시장, 신탁등 사업본부별로 조직을 완전히 재편하였다.
한편 한국의 금융산업은 앞으로 ▦리스크 집중의 제거 ▦리스크에 따른 합리적 가격결정 ▦부실자산의 유동화 ▦신규 배드론(Bad Loan) 금지 ▦모든 기업과 기관에 대한 재무투명성 강조등 다섯가지 부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여신 및 리스크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시켜야 하며 또한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기법을 도입하여야 한다. 많은 한국의 은행들은 대기업과 특정산업에 대한 여신한도를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집중된 여신은 비록 은행이 아주 뛰어난 여신 기법을 가지고 있고 일부산업이 아주 수익성이 좋다고 하더라도 IMF와 한국정부의 긴급 지원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위기를 피하기 위하여 반드시 축소되어야 한다.
특정 재벌의 몰락이나 특정산업의 순환적인 침체가 결코 한 국가의 재무시스템을 마비상태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주의가 요구되는 또 다른 분야는 지시에 따른 대출이다. 정부의 역할은 은행의 규제와 감독을 위한 모니터링을 구축하는 것이며 누구에게 어떤 가격으로 얼마만큼을 빌려줄 것인지를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힘이 여신의 가부(可否)와 가격을 결정해야만 한다.
오늘날 은행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문제여신(problem assets)이다. 시간은 진정으로 돈이다. 이러한 여신을 빨리 축소하면 할수록 자본은 더욱 더 빨리 우량한 기업과 소비자에게 배분될 것이다.
투명한 재무정보는 은행산업에서의 적절한 투자와 여신결정에 매우 주요한 열쇠이다. 완벽하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한 정보의 공개는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을 증대시킨다.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본비용도 늘어나며 최악의 경우 신용위기로 까지 치닫게 된다. 한국에서 발표하는 재무정보의 질은 이미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재무정보의 표준화가 미국과 국제기준에 이르기까지는 더 많은 진전이 있어야만 한다. 이것은 은행, 감독원, 신용평가기관, 애널리스트, 투자자 및 채권기관 모두에게 필수적인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