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DR 헐값 발행] 증시 물량압박 부담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해외DR가 원주가격보다 15~20% 싼값에 할인 발행되면서 국내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를 부추기는 한편 발행기업의 외자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국내기업들은 올들어서만도 해외DR를 발행해 이미 11조원의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오는 10월과 11월 두달 동안에도 33억달러 이상의 해외DR를 발행할 예정이어서 외국인들의 국내주식 매각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조흥은행은 다음달 중순 10억달러의 해외DR 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미은행(4억달러), 외환은행(10억달러), 담배인삼공사(6억6,000만달러) 등도 해외DR 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해외DR 발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확충하고 부채비율을 감소시키기 위해 자금조달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 직접시장을 통한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사태 이전까지는 원주가격보다 비싸게 발행하는 할증발행이 대세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약화된데다 기존에 쏟아진 해외DR 물량으로 인해 15~20%의 할인발행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 중순 원주가 3만900원(9월17일 종가)보다 15.3%나 싼 2만6,200원(21.84달러, 달러당 1,200원 기준)에 해외DR를 발행했다. 증권업계는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이나 기채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할인발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같이 해외DR가 할인발행되면서 외국인의 매도는 더욱 늘고 있다. 국내 원주를 팔아 상대적으로 싼 해외DR를 매수하는 차익거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면 외국인은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지속적인 매도우위를 견지해왔는데 DR의 할인발행이 이같은 매도세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DR와 국내 원주가격간의 차이를 이용한 외국인의 차익거래는 지수관련 블루칩의 수급불안도 가중시키고 있다. 추석연휴 이후 첫 영업일인 지난 27일 외국인은 한국전력 주식 135만주를 순매도했는데 이는 연휴기간 동안 미국증시가 폭락, 해외의 한전 DR가 급락하자 비싸진 국내 원주를 팔고 대신 값싼 DR를 매수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은 또 삼성전자 주식을 지난 27일 33만주, 28일 17만주 매도하는 등 대우사태가 일어난 지난 7월 중순 이래 450만주를 팔았는데 이 역시 삼성전자의 해외DR 가격이 국내 원주가격보다 낮아지자 일부 해외펀드가 원주를 팔아 현금비중을 늘리거나 해외DR를 사들인 때문으로 관측된다. 윤삼위(尹三位) LG증권 투자전략팀 대리는 『지난 6월 이후 한전과 삼성전자 주식의 국내 원주가격이 해외DR를 추월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때부터 이들 주식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으로 해외 신규자금의 국내 유입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이같은 기술적 차익매매에 치중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지수 관련 블루칩의 수급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해외DR 가격이 원주가격보다 높아 DR를 팔고 국내 원주를 사는 차익거래도 일부 있다. 외국인이 해외DR보다 1만원 가량 낮은 한국통신 원주를 지난 27일부터 연 사흘째 사들이고 있는 것이 바로 이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해외DR와 원주의 가격차에 의한 외국인 매수가 발생하더라도 외국인은 국가별·종목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는 만큼 효과는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외증시가 동반 하락세를 보여 한국물의 가격상승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구영기자GYCHUNG@SED.CO.KR 이병관기자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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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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