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파트투기에 교육제도 탓은 견강부회

강남아파트 값 안정대책을 논할 때마다 등장하는 게 교육제도 문제다. 9일에는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지방과 서울 각 지역에 비평준화 명문학교가 있다면 학부모들이 굳이 강남으로 이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교입시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승 한국은행 총재도 `천민적 교육제도`가 강남 집값을 올리고 있다면서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공교육 활성화 등이 급선무라고 역설했다. 최근 집값 급등의 근저에 재건축 붐과 교육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분당과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 고교가 평준화된 후 자녀교육에 불안을 느낀 상당수 학부모가 강남으로 이사했고 지금도 강남 아파트 입주자의 70%가 지방에서 올라온다는 현지 공인중개사의 이야기를 감안할 때 교육문제가 강남 집값의 핵심어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재건축 붐이 `9.5 재건축시장 안정대책`으로 한풀 꺾인 후에도 강남 아파트값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봐도 아직 정부 대책이 강남을 향한 교육수요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제도 아래서 강북에 특목고를 더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목고는 강남보다 강북에 더 많다. 강북에 있는 외국어고에 강남 학생이 많은 것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반면 학원 숫자로 보면 북부교육청에 등록된 1,075개에 비해 강남교육청에는 1,991개가 있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으며 그 격차도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한마디로 사교육 시장이 늘어나면서 양극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강남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아예 30년전의 고교입시로 돌아가자는 주장 역시 옳지 않다. 판교신도시에 학원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게 공교육을 무시하는 즉흥적인 발상인 것처럼 고교입시 부활도 현재의 여건에서는 사교육만 더욱 조장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교육제도의 개편은 부동산 안정화 대책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강남 부동산 불패`를 확신하고 있는 소비자에게 교육여건은 교묘하고도 매력적인 끼워팔기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집값을 잡기 위해 교육제도를 고치는 것은 타당치 않고, 교육제도를 고친다고 해서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교육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요자의 다양성에 호흡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나갈 때 교육문제가 부동산투기에 이용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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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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