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통신비가 문화비 되려면


극장에서 본 영화가 재미없다고 해서 극장 주인을 욕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극장과 관련이 없는 감독ㆍ제작진ㆍ배우가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휴대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는 어떨까. 기기 자체의 결함을 갖고 이동통신사를 구박할 수는 없겠지만 그 외의 문제라면 이통사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가입자들은 제조사가 아니라 이통사를 통해 1, 2년씩 휴대폰을 이용하고 요금을 내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이통사들이 스스로 휴대폰 요금을 '신비가 아니라 문화비'라고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이통사들의 서비스 영역이 단순한 통신망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는 의미다. 최근 아이폰 가입자들이 KT에 화를 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KT는 SK텔레콤에서도 아이폰4가 출시되자 부랴부랴 아이폰의 AS 정책을 수정했다. 이전까지는 아이폰을 개통한 당일에만 불량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받을 수 있었지만 SK텔레콤이 교환기간을 7일로 치고 나오자 KT는 이를 14일로 더 늘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아이폰 커뮤니티 회원은 "새 제품 교환기간은 애플의 정책이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이제 와서 바뀌니 아이폰4 이용자로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물론 KT도 불합리한 AS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을 것이다. KT만 비판받는 게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AS는 제조사의 영역이라는 듯 잠자코 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AS 정책을 개선한 데 대해 가입자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아이폰 혹은 KT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쪽에서는 '통신비가 아니라 문화비'라고 외치다가도 다른 한쪽에서는 '우리는 그저 이동통신사'라고 말하는 상반된 태도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다. 그저 미숙한 시스템이 문제라면 개선되기를 기다릴 수 있겠지만 그때그때 입장을 바꾸는 행태는 소비자들의 '원성'을 살 수밖에 없다. 오늘도 소비자들은 지켜보고 있다. 통신비가 정말 문화비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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