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30일] 아듀, 저임금 시대

한솔LCD 태국법인 공장에서 근무하는 분용씨는 4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솔로 자리를 옮겼다. 카오디오 업체인 소니 모바일에서 근무하던 그가 이직을 결심한 이유는 단 한가지다. 바로 첨단 하이테크 기술을 배우겠다는 생각에서다. 한솔LCD에 몸담고 있는 청년들은 현지 사회에서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1등 신랑감'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다. 한솔LCD 현지법인은 몇 해 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가장 일하고 싶은 사업장'에 선정됐는가 하면 지난 1995년 진출한 이래 단 한차례의 노사분규도 겪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직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한솔LCD도 요즘 중국에서 터져 나온 인건비 상승 여파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찍이 태국에 진출한 미쓰비시ㆍ도요타ㆍ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 협력사들이 지난해부터 중국 본토의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생산기지를 속속 태국으로 이전하면서 인력 빼가기가 도를 넘은 지 이미 오래다. 한솔LCD의 경우 최근 6개월 새 10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 기업들은 현재 몸담고 있는 직장에 비해 15~20%의 높은 일당을 제시하며 직원들을 한명이라도 더 빼내가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생산시설 이전을 고려했던 국내 기업들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중국발 '인건비 쓰나미'가 동남아 전역을 뒤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중국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글로벌 현상이 가속화할수록 기업 경영은 한층 다양한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저렴한 노동력에 의존하는 원가 경쟁력 확보에 매달리기보다는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 외부 변수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만한 독자 기술을 개발해 차별화에 나서거나 생산공정을 개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쉼 없이 몰아치는 세계화의 파고를 견뎌내려면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기업들 스스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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