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막된 제 10기 중국 전국인민대표자대회(이하 전인대)는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 제 16차 전국대표대회(16大)에서 초안이 잡힌 권력 4세대 지도체제를 공식 출범시킨다는 점에서 중국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중요한 정치행사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 등 정부 및 군부의 최고 권력을 쥐고 있는 장쩌민의(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에 대한 권력 승계 정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3세대에서 4세대로의 권력 이양에 관한 세부 내용이 주목되는 대목. 더불어 정부조직, 특히 경제팀 개편 방향 역시 개방과 개혁을 기치로 한 미래 중국 경제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다.
◇중국 지도부, 4세대로 물갈이=이번 10기 전인대를 계기로 중국 최고지도부의 세대 교체 작업이 실현된다. 지난 92년 3월 8기 전인대 1차 회의를 통해 등장한 장쩌민 국가 주석,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 주룽지(朱鎔基) 총리, 리루이환(李瑞環) 정협주석 등 권력 3세대가 10년만에 물러나고 4세대가 전면에 나서게 되는 것.
이들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을 4세대 인물들 중 대다수는 이번 전인대 폐막일인 18일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되나 지난달 26일 폐막된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제 16기 2중전회)서 제안된 인사안이 사실상 그대로 확정될 전망이다. 중국에서 당의 결정이 번복된 선례는 없었기 때문.
외신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이번 인사안의 핵심은 후진타오 당 총서기가 국가 주석직은 승계, 정권 수반이 된다는 점. 그러나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장쩌민 현 주석이 유임, 당분간 `실권`은 여전히 그에게 남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차이딩잰(蔡定劍) 전인대 상무위원회 비서실 부국장은 이와 관련, "제 16기 2중전회에서 장 주석을 당 군사위주석으로 선출했기 때문에 이번 전인대에서 장 주석의 유임은 필연"이라고 말했다.
당 서열 2위에게 돌아가는 전인대 상무위원장에는 우방궈(吳邦國) 부총리가 리펑의 뒤를 잇게 된다. 서열 3위인 국무원 총리는 원자바오(溫家寶) 상임 부총리가 주룽지 총리의 후임으로 내정됐다. 우 부총리와 원 상임 부총리는 제 16기 2중전회 이후 사실상 권력 이양에 필요한 일련의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권력 4위인 정협 주석직에는 장쩌민 주석의 계열의 자칭린(賈慶林) 정치국 상무위원이 리루이환의 주석직을 승계한다.
국가부주석에는 역시 장 주석의 최측근인 쩡칭훙(曾慶紅) 정치국 상무위원이 내정됐고,
황쥐(黃菊) 전 상하이 시장, 후이량위(回良玉) 전 장쑤성 서기, 첫 여성 정치국원인 우이(吳儀), 쩡페이옌(曾培炎) 국가발전계획위 주임이 4명의 부총리로 확정됐다.
◇29개 부처, 21개 내외로 통폐합=당에서 심의된 국무원 기구개편안을 보면 투명하고 깨끗한 정부를 기치로 무역, 경제, 국유자산 관련 부처 등 주로 경제관련 부처의 구조조정과 통폐합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현 29개 정부부처는 21~23개 정도로 축소된다. 중국 공산당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1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사람 지원, 실업 문제 해결,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통한 대다수 빈곤층의 불만을 해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러한 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번 국무원 기구 개편이 이뤄지면 이는 개혁, 개방 이후 1988년, 1998년에 이어 세번째 규모의 기구 개편이 된다.
그러나 국무원이 원자바오 상무 부총리 주도로 추진중인 제3차 정부 조직 개편작업은 실업자가 되는 것을 우려하는 현직 공무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당초 계획에 비해 규모가 축소됐다는 보도도 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