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판매왕'들에겐 IMF가 기회였다

자동차·가전·보험 분야의 판매왕들은 역시 강했다. 세일즈의 달인답게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토대로 혁혁한 실적을 올려 매섭기 짝이 없는 IMF 불경기를 퇴치했다.이들은 틈새시장공략, 소비자 기호변화의 면밀한 파악, 새로운 소비계층 창출, 인터넷 판촉활동 개발등 사회·경제환경 변화에 맞는 전략을 짜내 성공을 거뒀다. 이들의 전략은 「아무리 상황이 안좋아도 아이디어를 짜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성공할 수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극심한 판매부진에 허덕이는 기업이나 세일즈맨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자동차써비스 강화성(姜和成·45) 광명영업소 차장은 고객의 눈높이를 한단계 낮춰 IMF 불황을 극복했다. 지난 96년 현대 영업사원중 처음으로 2,500대 고지를 점령한 누계판매왕인 姜차장의 주된 고객은 중·상류층. 그는 고객의 부인이나 자녀들이 타고다니는 쏘나타급 세컨드 카를 처분하는 대신 유지비가 저렴한 아반테·액센트등 중소형차를 구입하도록 판촉전략을 폈다. 오너운전자가 차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姜차장은 12월20일 현재 263대를 팔아 지난해 한해동안의 260대를 추월했다.그가 일하는 광명영업소의 올해 월평균 판매량이 80대 정도로 지난해 130~150대보다 40~50%나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실적이다. 대우자동차판매에서 96·97년 2년 연속 판매왕을 차지했던 박노진(朴魯鎭·44)종로지점 부장은 비교적 호황을 누리는 중소업체를 찾아다니며 값싸고 유지비가 저렴한 경차 판매에 승부를 걸었다. 업종성격상 차량이용이 많은 도시가스정비·컴퓨터 등 부품납품·출장서비스 업체를 선정, 경차의 경제성을 집중 홍보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대 수준에 불과했던 경차를 올해엔 80대 넘게 팔았다. 그가 지난 11월말까지 판매한 승용차는 160대. 지난해 달성한 239대에 비해 25%(월 5대)가량 줄었지만 영업사원들의 판매실적이 평균 40%정도 줄어든 것과 비교한다면 괜찮은 성적이다. 朴부장은 『서울경제신문을 읽으며 호황업종에 대한 정보를 얻은게 큰 도움이 됐다』며 『맹목적으로 홍보전단을 뿌리는 식으로는 고객을 유인할 수 없는만큼 정확한 타겟을 설정해 집중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가전부문 판매여왕 김경희(金庚姬·38)씨는 고객 타겟을 일반 가정대신 업소로 바꾸고 이들의 가전제품의 교환주기를 잘 챙겨 성공을 거뒀다. IMF 이후 주부들이 신제품구입보다는 수선해 쓰려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일반판매실적이 20%이상 감소하자 여관 등 대량수요처의 에어컨·냉장고·TV 교체시장에 대한 판촉활동을 대폭 강화했다. 10여년간 전화·방문을 통해 애프터서비스 등 고객관리에 정성을 다한 것이 큰 힘이 됐다. 지난해 12억원의 매출을 올린 金씨는 올들어 지난 11월말까지 16억원어치를 팔았다. 이중 대량수요처에 대한 특판실적이 6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교보생명 정명숙(鄭明淑·61), 삼성생명 나영순(羅榮順·34)씨는 IMF이후 보험료가 저렴하고 각종 질병·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보장형 보험상품 판매에 주력, 효과를 거뒀다. 鄭씨는 올들어 월평균 30건 이상의 신규계약을 유치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생명보험과 상해보험 상품을 결합한 「차차차 교통안전보험」과 교원·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단체보험이 효자역할을 했다. 鄭씨는 또 최근 가상공간인 「아이몰 코리아」에 점포를 내는 등 인터넷 판촉활동을 본격화했다. 컴퓨터와 친근한 사무직 등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羅씨는 새 계약자를 늘리는 것보다 기존 저축성상품 계약자들의 보장성상품 가입을 유치하는데 힘썼다. 보장형의 경우 온 가족이 함께 가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신규계약자가 지난해보다 늘었다. 그가 관리하는 보유계약자(중복가입자 제외)는 1,300명을 넘는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공장내에 개인사무실을 임대, 주고객인 전자 직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선지 보장성상품 계약자의 70% 이상이 저축성 등 기존상품 가입자일 정도로 고객들의 신뢰가 깊다.【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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