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직發불상사 미리 막아라"

재계, 퇴직임원 관리 비상<br> "회사기밀 폭로땐 집단소송 빌미 될라"<br>송별연개최·사무실 제공등'특급예우


"전직發 불상사 미리 막아라" 재계, 퇴직임원 관리 비상 "회사기밀 폭로땐 집단소송 빌미 될라" 송별연개최·사무실 제공등' 특급예우 ‘전직발(發) 불상사를 원천 봉쇄하라’ 지난해 12월17일. 서울 서린동 SK본사 35층에서는 최태원 SK㈜ 회장과 전직 SK 임원들의 모임인 ‘유경회’의 송년행사가 있었다. 최 회장의 특별지시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전직 임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악수를 나누는 등 돈독한 유대관계를 부쩍 강조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증권집단소송시대 원년을 맞아 SK처럼 총수가 직접 전직 임원을 감동시키는 이벤트성 행사를 갖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그룹이나 기업들의 경우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일정 기간 이상 전직 임원들을 현직 못지않게 챙기기까지 한다. 상당수 기업은 전직 임원에게 그 동안의 공로를 고려한 ‘단순한 예우’를 해주는 수준이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자칫 불거져 나올지 모를 ‘전직발(發)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이 다분히 담겨 있다. 혹시라도 서운한 대접이 빌미가 돼 증권집단소송에 시빗거리를 제공하거나 내부고발이 세무조사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D기업의 경우 퇴직자의 ‘앙심’이 화근인 것으로 알려져 대기업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미국의 경우 각종 소송의 발단이 내부자의 제보로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직 임직원은 기업경영의 연결고리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직 임원은 대부분이 현직에 있을 때 그룹이나 기업의 민감한 사안들을 직접 취급했던 책임자”라며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이들을 ‘핵심관리 대상’으로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전직 사장단 출신 모임인 ‘성대회(星代會)’를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별도 사무실을 제공하고 전담 비서를 배치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삼성의 한 임원은 “일정액의 활동비를 제공하는 등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대접하고 있다”며 “예우 차원이기도 하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접근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전직 사장단은 현직 못지않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어 ‘삼성 밖의 삼성’ 역할도 해준다”며 “현직 임직원들이 수시로 이들을 찾아가 식사도 하면서 조언을 받는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는 전직 모임은 성대회 외에 전직 임원들의 모임인 성우회(星友會)가 있다. 또 개별기업 단위로 삼성전자의 ‘전자사랑모임’, 삼성석유화학의 ‘삼석회(三石會)’, 삼성중공업의 ‘거제회’ 등이 활동하고 있다. LG도 전직 임원 모임인 ‘LG클럽’ 등의 원로들을 위해 서울 서초동 부호빌딩 2~5층을 제공, 그룹 차원에서 각종 비용과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젊은 나이에 그룹 총수에 오른 만큼 그룹 원로에게 극진한 예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월 정례적으로 모임을 갖는 ‘한화회’에 가능한 한 참석하려 노력하고 비공식적인 사내행사에 한화회 회장단을 초청해 격려금을 전달한다. 최근에는 퇴직 임원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정을 듣고 수술경비 일체를 지원하기도 했다. ‘전직자 관리’는 최근 직원급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은 임원급 이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전직 임원 못지않게 ‘전직 직원’의 입도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내부정보에 깊숙이 관여할 수밖에 없는 인사ㆍ재무 파트나 기술유출 가능성이 높은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해서는 정성의 정도가 각별해지고 있다. 소비자보호ㆍ환경 등의 각종 규제법안들이 통과돼 소송에 휘말릴 경우 회사 측에 불리한 증언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 실제로 삼성은 최근 재무 파트 및 R&D 파트 전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계열사별 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환경 관련 범죄 포상금이 확대돼 공장 사정을 뻔?아는 퇴직자들이 ‘환파라치’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전직 임원뿐 아니라 전직 직원에게도 정성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임원 관리가 기업 경영에 음덕으로 돌아온 사례도 있다. SK그룹은 소버린자산운용과 벌였던 2년간의 경영권 다툼에서 전직 임직원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회사 차원에서 사무실과 경비를 지원하는 SK㈜의 ‘유경회’나 울산공장 전직 직원들로 구성된 ‘유우회’는 소버린 측과의 표 대결을 앞두고 회원들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회사 측에 몰아주는 것은 물론 주위 친지에게도 주식 매입을 적극적으로 권유, 경영권 분쟁을 원활하게 타개하는 데 도움을 줬다. 김현수 기자 hskim@sed.co.kr 입력시간 : 2005-04-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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