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블로그] 지민구기자의 ‘초보기자 생존기’ (2)

밥 먹는 것도 일이다! ‘밥상머리 취재’의 중요성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랜만에 만난 지인 또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한 번쯤 건넸을 법한 거짓말이 있습니다.

“조만간 식사 한 번 하시죠”


그 ‘조만간’이 도대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탓에 ‘애정남’ 최효종씨는 “‘조만간’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라고 정해줬지만 여전히 “애매~한 것”은 사실입니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그냥 예의상 하는 소리구나”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딱딱하게 작별인사만 전하는 것도 아쉽기 때문에 공공연한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언제 밥 한 번 드시죠”라면서 훈훈한 마무리를 짓곤 합니다. 하지만 그 ‘공공연한 거짓말’을 놓치지 않고 낚아채, 그 자리에서 일정 수첩을 꺼내 들어 식사 약속을 잡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기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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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서울경제신문 ‘뻗치기 전담’에서 ‘식사 약속 전담’으로 발돋움 하기 위해 노력중인 지민구 기자입니다. 국회 출입 기자로 생활한 지 이제 2개월 안팎. 저는 지갑은 안 갖고 다녀도 꼭 들고 다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수첩과 명함입니다. 국회에 들어오면서 저는 한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국회를 떠날 때까지 300명의 국회의원과 꼭 한 번씩은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특종이나 단독기사를 쓰는 것도 아니고 무슨 밥 많이 먹는 걸 목표로 삼았냐고요? 밥상머리에서 나오는 ‘고급 정보’를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처음 만나는 기자와 취재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차만 마시기엔 아쉽고, 그렇다고 술 잔을 기울이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죠. 결국 ‘밥’을 매개체로 만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보는 남녀가 ‘소개팅’을 할 때도 어색함을 만회하기 위해 처음엔 밥을 먹으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잖아요. 마찬가지로 기자와 취재원도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죠. 기자들이 식사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취재원들로부터 얻는 ‘정보’가 있어야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고, 사실관계가 있어야 ‘기사’가 나올 수 있으니깐요.

그래서 저는 매일 같이 명함 수십 장을 손에 쥐고 국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닙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식사 약속도 잡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듣기 위함이죠. 물론 아직은 일주일에 한두 번 약속 잡는 것도 버겁게 느껴지지만 조금씩 한 발 한 발 보폭을 넓히다 보면 앞서 말씀 드린 대로 국회를 떠나기 전에 국회의원 300명과 모두와 식사를 해보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별다른 생각 없이 밥만 먹으러 다니는 것은 곤란하겠죠. ‘밥’을 매개체로 취재활동을 한다는 마음가짐이 역시 중요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특종∙단독기사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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