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고 나흘간 기름 유출량도 몰랐던 해양방재체계

설인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유조선의 무리한 접안 시도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지만 안이한 초동대처로 피해규모를 키웠다. 그 사이 기름띠는 조류를 타고 남해대교와 오동도까지 확산돼 양식장을 비롯한 청정해역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


해양경찰은 3일 중간수사 브리핑에서 싱가포르 선적의 유조선이 안전 규정을 넘는 속도로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하다 해상구조물과 충돌한 게 사고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충돌로 3개의 원유 송유관이 파손되면서 기름이 청정해안으로 뿜어져 나갔다. 선박의 안전한 접안을 유도하는 도선사 2명이 탑승했는데도 규정속도의 2배나 과속했다니 황당하기만 하다.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후진국형 참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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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수습 과정은 더욱 어이가 없다. 해양오염 사고는 초기 신속대응이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책이다. 그런데도 해양당국은 사고발생 4일 동안 기름 유출량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댔다. 해경은 사고 이튿날 기름 유출량을 1만ℓ로 추정했다가 3일 16만400ℓ로 수정했다. 사고 당일 원유 수입사인 GS칼텍스가 추산한 800ℓ보다 200배나 많은 양이다. GS측이 사고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 건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아무리 설 연휴라고 하지만 이토록 허술하다면 초동방재가 어땠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피해주민의 염장을 지른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언행은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사고 하루가 지나고서야 피해현장에 뒤늦게 방문해 주민들의 분통을 터뜨린 것도 모자라 겨우 한다는 말이 "피해가 심각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였다니 기가 막힌다. 사고가 난 곳이 1995년 여름 시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고로 엄청난 고통을 겪은 바로 그 어촌마을이 아닌가. 오염확산 방지와 해양생태계 복원이 무엇보다 급선무이지만 늑장대응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고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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