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금융사 실적 악화의 그늘



시중은행들의 순이익이 급감하면서 일부 은행의 경우 직원 1인당 생산성이 1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원의 평균 연봉이 7,000만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근근이 밥값을 하고 있는 셈이다.

5일 금융통계 시스템 및 시중은행 등에 따르면 상위 5개 대형은행 중 지난 3월 말 현재 1인당 생산성(순익 기준)이 가장 높은 곳은 기업은행으로 약 1억4,400만원이다.


이는 1ㆍ4분기 순익(2,749억원)을 연환산해 일반직원 수(7,621명)으로 나눈 수치다.

기업은행에 이어 신한은행(1억2,100만원), 하나은행(1억1,900만원) 순으로 생산성이 좋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인당 생산성이 1억4,600만원으로 가장 높았지만 1분기 만에 기업은행에 뒤처졌다.

반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1인당 생산성이 각각 5,100만원, 7,300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1인당 생산성은 1위인 기업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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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직원 수가 1만5,167명으로 기업은행보다 2배가량 많지만 순익(1,919억원)은 오히려 기업은행보다 1,040억원가량 적었다. 5개 은행 중 순익이 1,000억원대인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2011년까지만 해도 이들 은행의 1인당 생산성은 모두 억원대를 기록했다. 기업은행(2억1,100만원)은 유일하게 2억원대를 넘겼고 신한은행(1억8,000만원), 하나은행(1억5,900만원), 우리은행(1억3,700만원), 국민은행(1억2,600만원) 순이었다.

2년 사이 생산성이 급감한 것은 저금리 및 장기불황으로 은행 이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액연봉을 받는 은행원이 겨우 밥값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주요 시중은행의 평균 급여액은 7,562만원이다. 외환은행이 9,000만원으로 연봉이 가장 많았고 씨티은행(7,900만원), 신한은행ㆍ국민은행(7,700만원), 우리은행(7,200만원), SC은행(7,100만원) 순이었다.

흥미롭게도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기업은행의 평균 급여액은 6,500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봉이 높다고 생산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단기간에 은행의 이익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비용절감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은행권의 임금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노조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임금 8.1% 인상안을 제시해놓은 상태로 오는 21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상견례를 겸한 1차 교섭이 열린다. 올해는 리처드 힐 SC은행장이 금융권 사용자를 대표해 금융노조와 협상을 벌인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실적이 어닝쇼크라 할 정도로 급감한 상황이어서 금융노조가 희망하는 수준의 임금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임단협의 핵심 이슈는 정년연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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