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50돌 맞는 전경련 존재 이유 있나] <3> 사무국에 휘둘리는 회장단

회장 추대도 좌지우지 의혹… "회장단 위에 사무국"

지난 3월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회장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 취임 후 처음 열렸던 이날 회의에서 회장단은 전경련 발전 방안까지 내놓았지만 최근 전경련 사무국의 전횡을 방치함으로써 '사무국이 회장단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경제DB

'양철' 독선·소통부재 알고도 교체전례 깨고 재신임 결정… 일부 '기획옹립說' 모락모락
회장이 직접 사태해결 필요… 주요그룹도 개혁 적극 도와야
지난 2월24일 서울 플라자호텔 대회의실. 12년 만에 10대 그룹 회장 출신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된 허창수 GS 회장을 공식 추대하는 전경련의 정기총회가 열렸다. 회의가 끝난 뒤 허 회장은 정병철 상근 부회장을 대동하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신임 회장이 상근 부회장을 교체하던 전례와 달리 정 부회장을 유임시키겠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이후 허 회장은 '양철'의 하나인 이승철 전무를 재신임했다. 이로 인해 전경련 사무국의 쇄신이라는 절호의 기회는 날아가버렸다. 재계에서는 허 회장이 갈등과 물의를 빚어온 장본인인 정 부회장과 이 전무를 그대로 온존시킨 것을 지금도 의아해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양철'에 대한 국민의 싸늘한 시선과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모른 체 하고 있는 것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허 회장과 같은 뿌리인 LG그룹 출신 인사여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그룹에서 부회장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정 부회장의 독선적 태도와 소통부재는 치명적인 결격 사유라는 재계의 여론이 높았기 때문에 교체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고 분석했다. GS그룹 등 재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취임 전후 여러 경로를 통해 정 부회장의 결함에 관련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허 회장을 비롯한 전경련 회장단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재계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허 회장의 리더십이 크게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미 사태 해결의 답이 나와 있는데 도대체 왜 머뭇거리고 있냐는 시각이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사람을 바꾸는 것은 전경련 회장이 해야 할 일"이라며 "이번 사태는 회장이 나서서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허 회장이 수수방관하자 재계 일각에서는 '양철'이 추대를 도운 뒤 허 회장과 회장단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을 그대로 놔둘 경우 허 회장 등 회장단의 지도력과 위신이 급속히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경련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사무국, 즉 '양철'이 허 회장 추대 과정에서 깊숙이 개입, 연임을 약속 받았다는 '기획옹립'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사무국이 재계 서열 1위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전경련 회장직 수락 가능성을 내세워 다른 회장들의 지원 의사를 꺾은 뒤 입맛에 맞는 허 회장을 회장으로 적극 밀었다는 게 추측의 골자다. 이들은 근거로 지난 11월18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 직후 정 부회장이 "7월에 이건희 삼성 회장을 추대했을 때 이 회장이 3~5개월 정도 시간 갖자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힌 점을 들었다. 삼성은 즉각 정 부회장의 발표가 이 회장의 실제 발언과 다르다며 정면 부인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이 회장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조석래 전 회장의 와병으로 공석이 된 전경련 회장 추대작업은 해를 넘겨 시작됐다. 정 부회장과 이 전무는 회장단의 그룹 총수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회장직을 권하거나 추천과 동의를 받는 '추대작업'을 독점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를 악용, '양철'이 전경련 회장직에 뜻을 두고 있는 허 회장을 발벗고 지원해 자리보전을 약속 받았다는 것이 항간의 추축을 낳게 한 배경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과 이 전무는 홍보실을 통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회장단의 의견을 수렴해 허 회장을 추대하게 된 것이지 사무국이 개입하지도, 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허 회장의 수락 의사를 이 회장에게 먼저 알려 동의를 구했고 다른 회장들에게도 동의를 받았다"며 투명하게 추대절차를 밟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재계 일각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까닭은 전경련 사무국이 과거 회장 추대 과정에서 특정 인사를 밀었다가 들통이 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2월27일 이준용 대림 회장은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신상발언을 자청, "70세 이상 먹은 사람은 회장직을 쳐다보지도 말라"며 사무국의 지원으로 3연임을 거의 확정 지었던 강신호 당시 회장을 낙마시켰다. 그는 이어 한 달 뒤인 3월20일 "전경련 회장 선출과 관련된 잡음이 전경련에 큰 상처를 남겼다"며 "소임의 한계를 모르고 무분별한 발언으로 혼선을 야기한 사무국이 책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조건호 당시 상근 부회장과 하동만 전무 등 사무국을 강도 높게 질책했다. 결국 강 회장은 퇴진했고 31대 회장이 된 조석래 효성 회장은 취임에 앞서 맨 먼저 조 부회장과 하 전무를 쳐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기획옹립 음모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4대 그룹 등 주요 그룹의 방치 내지는 무책임이 '사무국이 회장단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 삼성ㆍ현대차ㆍ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너도나도 전경련 회장직을 회피하고 사무국 참여나 감시를 하지 않고 있는 탓이라는 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그룹들이 전경련의 이름을 앞세워 그룹 이익에 필요한 대정부 건의나 입법 의견을 제출하고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시키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정작 사무국의 개혁에는 '나 몰라라'하고 있다"면서 "차제에 주요 그룹들이 적극 나서 사무국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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