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에 사는 회사원 김모(27)씨는 단돈 500원에도 영화를 볼 수 있다. 관람료 정가는 7,000원이지만 조조할인 4,000원에 이동통신사 할인 2,000원, 신용카드 할인 1,500원을 받으면 김 씨는 500원만 부담하면 되는 셈이다. 그 많은 할인금액은 누가 부담할까? 처음에야 이동통신사, 신용카드사가 대부분을 부담했지만 할인 받은 관객이 3분의 1을 넘기면서 극장의 분담금을 늘리려 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메가박스와 프리머스 체인에 대한 할인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극장가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몇몇 카드사들까지 극장분담액을 늘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어 극장 측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기업 멀티플렉스 체인보다 중소규모 극장 분담금을 더욱 키우려 해 작은 극장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할인받지 못하는 관객들이 다른 극장으로 발길을 돌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최근 들어 극장의 손실 부담은 2,000원 가운데 500원(멀티플렉스)에서 1,000원(중소규모 극장)까지 늘어났다. 통신사가 부담을 떠넘긴 결과다. 작은 극장들의 불만은 여기서 나온다.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 극장 운영에 통신사들까지 압박을 가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중소 극장 관계자는 “지금 추세로 할인 고객이 많아지면 극장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토로한다. 관람료 7,000원 중 3,500원이 극장에게 돌아간다. 부가세 300원은 기본 공제금액. 통신사 할인 부담액 1,000원과 카드 결제시 수수료 21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카드할인 분담금까지 내면 극장은 관객 1명당 2,000원을 채 벌지 못한다. 이들 말로는 “운영비도 안 나온다”는 것이다. 또 다른 극장 관계자는 “통신사에 이어 카드사들까지 극장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한다. 통신사들과 달리 현재 카드사는 할인금액 1,500원 중 1,400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카드의 경우 할인금액과 별도로 수수료까지 나가기 때문에 극장의 부담은 더 커진다. 극장 측은 “외화는 앞으로 관객 1명당 500원이 채 안 남을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이런 결과는 사실상 극장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통신사, 카드사로서는 젊은 고객 마케팅에 이만한 수단이 없고, 극장으로서도 가장 손쉬운 관객동원 수단이다. 자신들의 고객유인책에 통신사, 카드사만 부담할 이유는 없다. 극장 측의 한 관계자는 “제작자협회, 극장주들이 뭉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면서도 “과감하게 할인을 먼저 포기할 극장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문제는 관람표 할인 같은 영화 외적의 작은 상황에 영화판 전체가 쉽게 흔들리는 허약한 체질이다. 극장 측의 배분이 낮아지면 제작사 몫도 당연히 적어지고, 이는 최근 위축된 국내 영화계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영화판의 거대자본 입김은 더욱 커져가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