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굿샷클리닉] 관전문화

골프장에 가보면 「골프는 스코어가 아니라 인격이다」라는 표어를 자주 본다. 그렇다. 골프는 에티켓과 매너를 생명으로 한다. 이것은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프로게임을 지켜보는 갤러리(관전자)들에게도 해당한다.그러나 핀크스컵대회를 구경하러 온 갤러리들의 태도는 그야말로 몰(沒)매너였다. 선수들이 샷을 할 때에는 숨소리까지 죽여야할 정도로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갤러리들은 다음 홀로 우르르 몰려다녔다. 홀과 홀사이의 나무계단을 쿵쾅거리며 오르내려 선수들이 샷을 멈추기까지 했다. 너무 심하다 싶어 양식있는 갤러리들이 손을 들어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하는데도 「무슨 상관이냐」는 표정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골프 쳐봐서 아는데,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내가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 않으니 괜찮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신경이 날카로워질대로 날카로워진 선수들에게는 눈으로 보이지 않아도 귀로, 또 느낌으로 움직임을 알 수 있고 그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골프경기 취재 경험이 없는 언론사 카메라기자 중에 선수가 퍼팅을 하는데 셔터를 누르거나 플레이중 플래시를 터뜨려 선수들이 주최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헤프닝은 우선 갤러리들의 관전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주최측의 준비소홀과 진행미숙 때문이기도 했다. 제주도내 대학생들 위주로 구성된 진행요원들은 충분히 교육을 받지 못해 「조용히」라고 쓰여진 팻말을 기계적으로 들기만 했을 뿐 갤러리들을 통제하지 못했다. 이들은 심지어 선수들이 티 샷을 할 때 갤러리방향이 아니라 선수를 바라보고 서서 「조용히」팻말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골프가 대중화되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관전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내년부터는 국제대회도 크게 늘어난다. 잔치를 벌여놓고 외국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경기진행요원은 룰과 에티켓을 잘 아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진행요원의 수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골프장 회원 등 아마추어 골퍼들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갤러리들도 선수들이 샷 할 때에는 말을 하거나, 가까이 다가서거나, 바로 뒤에 서서는 안된다. 물론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은 절대금물이다. 특히 경기진행요원의 신호가 있을 경우 반드시 그자리에 서야 한다. 새로운 천년에는 갤러리들 때문에 선수들이 스코어를 망쳤다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성숙한 골프문화를 만들어가자. /김진영기자 EAGLE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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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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