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성공한 '미래' 정부가 되려면


불교에 미륵(彌勒)사상이 있다. 미륵은 보살의 몸으로 도솔천에서 머물다가 석가모니가 돌아가고 56억7,000만년 후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래의 부처를 말한다. 미륵불 또는 미래불(未來佛)로 불린다. 삶이 팍팍할 때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낙원의 세계, 내세를 꿈꾼다. 이런 시기에 알맞은 복음적인 부처님이 바로 미륵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전세계적 불황으로 대다수 나라의 국민들은 생활이 고단하다. 우리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힘든 삶을 헤쳐나가며 살아가게 하는 동력 중 하나가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메시아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바로 반응한다.


미래지향적인 새 정부 국정운영 철학

그런 이유에서일까. 요즘 국민적인 화두로 떠오른 게 미래다. 최근 발표된 새 정부의 정부조직 및 청와대 개편 내용의 핵심이 미래, 그리고 창조다.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ㆍ미래전략수석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가 이 두 단어에 녹아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먹거리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매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특히 미래라는 말은 '하우스푸어'등 푸어 시리즈에 짓눌려 사는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국민들의 호응도 제법 괜찮아 보인다. 국정운영 철학이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에서 환영 받을 만하다.

이렇듯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은 만큼 새 정부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인사들의 부담도 클 것이다. 미래를 이야기한 정부는 이번만이 아니다. 역대 정부 대다수가 미래를 언급했다. 멀리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명박 정부도 이전보다 나은 미래를 제시해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당시 말했던 미래, 즉 현실은 암울하다. 대다수 국민의 생활의 질은 떨어지고 양극화가 심해졌다. 이명박 정권 초기 단행한 정부조직 개편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 등으로 새 정부에 의해 상당수 부정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환경변화에 대비한다면서 야심적으로 출범시킨 방송통신위원회의 추락을 보면 말만 앞세운 '미래'가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는지 알 수 있다. 방송과 통신을 묶어 정보통신기술(ICT)과 관련된 정부정책 로드맵의 최고의결기구 역할을 담당했던 방통위. 그러나 정부의 언론장악 첨병으로 활약하며 관련사업 진흥보다는 규제에 더 집중한 탓에 차기 정부조직 개편에서 간판만 겨우 유지하게 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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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동안 방통위는 종합방송채널(종편) 등 방송정책에 신경을 쓴 나머지 통신, 특히 진흥 분야는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서 정보기술(IT) 산업은 위축되기만 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EIU)이 매년 발표하는 IT산업 경쟁력지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IT산업 경쟁력은 방통위 출범 전인 지난 2007년 글로벌 3위에서 2008년 8위, 2009년 16위, 2011년 19위로 계속 추락했다. 이를 보면 방통위 출범 이후 IT 분야의 국제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한국이 더 이상 IT강국이 아니라 IT인프라 강국일 뿐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실천의지 보여야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은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직만 바꿨다고 해서 만사형통이 아니라는 사실은 지난 5년간의 시행착오로 명확히 드러났다. 결국 조직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과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내세우는 '미래'도 실천이 담보되지 않으면 국민을 현혹시키는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가 5년 뒤 성공한 '미래'정부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실천의지를 보여주고 국민들과 공유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미래'는 무늬만 바뀐 또 다른 장밋빛 구호로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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