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환율 때문에 오른 유럽 와인의 가격이 바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맞춰 한국 시장에서 메독 와인의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필립 당브린(53ㆍ사진) 메독와인협회 회장은 지난 28일 '2009 메독 프레스 나이트' 행사가 열린 삼성동 베일리하우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EU FTA 발효가 프랑스 등 유럽 와인의 가격에 바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한-EU FTA가 발효되면 유럽산 와인에 붙는 15%의 관세가 즉시 사라진다. 당브린 회장은 "FTA 발효와 환율 안정 등을 지켜보면서 한국 시장 마케팅 전략을 짤 것"이라며 "우선 내년에 한국어로 번역된 메독 와인 웹 사이트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이트에는 프랑스 메독 지역 1,000여개 와이너리에 대한 소개 및 설명 자료들이 한국어로 실릴 예정이다. 당브린 회장은 "짧은 기간에 빠른 속도로 성숙한 한국 와인 시장은 메독 와인의 9번째 수출국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 시장에서 칠레 와인이 프랑스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 것과 관련,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의 호기심이 작용한 당연한 현상"이라며 "신대륙 와인의 성장은 와인 시장에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여 결국 프랑스 와인 소비층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브린 회장은 특히 2009년산 와인이 자신의 30년 와인 경력에서 최고의 품질을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는 포도가 익는 7~10월 동안 거의 비가 오지 않는 등 기후조건이 굉장히 좋았다"며 "분석 결과 탄닌ㆍ폴리페놀 등 와인의 성분과 알코올 도수, 산도 등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2009년산 와인은 2000년대 최고의 빈티지(생산연도)로 꼽히는 2005년산을 뛰어넘는 진정한 '그레이트 빈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브린 회장의 견해다. 그는 "올해는 특히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때문에 와인 가격을 많이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2009년산 와인은 높은 품질에도 가격은 예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2009년산 와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내년 4월에 열릴 '앙 프리머(선물)' 시장에서 이뤄지며 국내에서는 이르면 2011년부터 만나볼 수 있다. 샤또 라뚜르, 샤또 마고 등 특급 와인을 생산하는 메독 지역의 포도 재배면적은 1만6,500㏊에 달하며 연간 유통되는 와인은 1억병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