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오기와 정신력이 빚어낸 정지현의 금 순간

'막판 정신력이 놀라웠다.' 금메달 후보에도 없었던 정지현(한체대)이 오기로 금메달을 일군 순간은 그야말로 입술이 타들어가고 손에 저절로 땀이 나는 장면이었다. 27일(한국시간) 아테네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kg급 결승전의 사투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던 아노리오시아홀. 한국과 로베르토 몬존을 응원하는 쿠바 응원단은 동시에 숨을 죽이며 시선을 매트 중앙으로 집중시켰다. 정지현이 1라운드 후반 파테르 자세에서 옆굴리기 등으로 2점을 얻어 2-0으로리드했으나 2라운드 종료까지 승리를 위한 기준 요건인 3점을 얻지 못해 연장 클린치(맞잡기)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 숨죽였다. 심판은 공격과 수비 선수를 가리기 위해 주머니에서 마크(일명 동전)를 꺼내 토스했고 불행히도 한참을 데굴데굴 구르던 동전은 몬존의 공격권을 뜻하는 파란색을보였다. 맞잡기에서는 3점 이상의 큰 기술이 빈발해 공격권을 쥔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한 순간에 금메달을 빼앗길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지난 6월 헝가리 오픈 때 몬존에 0-4로 패했던 정지현은 마음속으로 "버텨야 한다"는 주문을 수도없이 외우며 마음을 다잡았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오기도 발동했다. 이어 정지현의 가슴을 싸잡았던 몬존은 정지현이 방어 태세를 갖추기 무섭게 공격을 개시, 가슴을 졸이게 했으나 이와 동시에 정지현이 미꾸라지처럼 잽차게 뒤로빠지며 몬존의 뒤를 잡아 진땀나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어 코치석에 있던 안한봉 감독과 박명석 코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매트위에 뛰어나와 정지현을 얼싸안으며 감격에 겨워했고 정지현은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듯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박 코치가 전해준 태극기를 힘차게 휘날리며 매트를 1바퀴 돌았고 장내에는 '만세'가 울려퍼졌다. 정규 라운드에서 파테르를 2번이나 허용하고도 강인한 정신력과 쉴새없는 움직임으로 단 1점도 잃지 않았던 정지현은 언론 등에서 자신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데 대해 오기를 품고 젖 먹던 힘까지 쏟아부은 끝에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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