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9월 17일] 아날로그의 저력

상상력은 21세기 성공에 없어서는 안될 무형자산이자 세상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정신적 작용이다. 특히 문화나 출판ㆍ예술 등의 분야에서 상상력은 생명의 뿌리와도 같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상상력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얼마 전 어느 공중파 TV의 경제교양 프로그램에서는 롤링이 상상력으로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소개했다. 롤링의 상상력을 키우는 노하우는 바로 교육이나 부모의 극성스러운 성화가 아니라 전화번호부 한 권이었다. 그는 전화번호부 속 사람들의 이름이나 업체 상호, 장소 등의 연상 이미지를 그리면서 수만 가지 자기만의 상상의 날개를 펼쳤다고 한다. 우리는 전화번호부하면 ‘노란색’을 먼저 떠올리고 난 후 ‘두껍다’ ‘예전에 사용하던 것’ 등 낡은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990년대 말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온라인 디지털 매체가 등장,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화번호부는 ‘낡은 것’ 또는 ‘오래된 것’으로 치부돼왔다. 낡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전화번호부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하다. 전화번호를 찾기 위해 컴퓨터 전원을 켠다면 전원을 20~30분 켜둔 사용량과 같은 전력이 소모된다. 또 인터넷을 통해 전화번호를 찾을 때 해당 지역권 중심의 전화번호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상하수도 설비, 열쇠 등의 실생활과 밀접한 ‘생활 중심 권역의 전화번호’는 찾기 힘들다. 집집마다 상가 책자나 전단지ㆍ스티커를 따로 모아두는 것보다 책장에 전화번호부 한 권을 비치해두는 것이 삶의 지혜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갈수록 다원화ㆍ다변화되는 디지털 세상에서도 아날로그의 힘은 여전하다. 전화번호부의 예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디지털적인 것에만 익숙해져가는 삶 속에서 아날로그의 저력을 다시 한번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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