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막내린 IFA 2014-불붙은 한·중·일 가전 삼국지] 한국 "글로벌 톱 수성" 중국 "크리에이터 변신" 일본 "전자 명가 탈환"

삼성·LG, UHD TV·스마트홈 등 기술력 압도

中 TCL·하이센스, 세계 최초 양자점 TV 공개

소니·파나소닉, 최첨단 신제품 공개 반격 나서

10일 폐막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박람회 'IFA 2014'는 삼성과 LG전자를 앞세운 우리나라와 소니의 일본, TCL과 하이얼을 주축으로 한 중국의 3파전 양상이 펼쳐졌다. 최신기술이 집결된 신제품을 선보인 삼성과 LG전자, 중국 하이센스, 일본 소니 전시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LG전자, 베를린=김현상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박람회 'IFA 2014'는 매년 9월이면 유럽의 한복판인 독일 베를린에서 성대한 막을 올린다. 특히 '가전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유럽에서 열리는 IFA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유명 가전 브랜드들이 총출동해 성황을 이룬다. 하지만 10일(현지시간) 폐막한 올해 IFA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한국·중국·일본으로 대표되는 아시아 가전업체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최첨단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한 한국, 무서운 성장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중국, '전자 명가' 부활의 시동을 건 일본 등 아시아 3개국이 유럽 현지 브랜드를 압도하며 IFA의 주객이 전도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종합가전 1위'에 성큼 다가선 한국=올해 IFA에는 전세계 1,500여개 업체들이 참가해 총 14만9,500㎡ 규모의 전시장에서 저마다 첨단 기술력을 뽐냈다. 이 가운데 한국의 양대 가전업체인 삼성전자(8,730㎡)와 LG전자(2,657㎡)는 전체 전시장 면적의 8% 가까운 규모의 전시공간을 꾸리며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전시장 규모뿐 아니라 기술 경쟁력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외국 참가업체들의 기를 꺾기에 충분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를 통해 세계 최대 크기인 105인치 벤더블(가변형) UHD TV를 처음 공개하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 제품은 UHD 디밍(dimming) 기술을 통해 화면을 더 세밀하게 나눠 명암비와 컬러 디테일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삼성은 세계 최초의 커브드 사운드바와 총 72개의 다양한 커브드 TV 제품군을 선보이며 '8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의 자존심을 앞선 기술력으로 입증했다. LG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출시한 UHD 화질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인 '울트라 올레드 TV'와 기존 UHD 화질보다 4배 더 선명한 '8K UHD TV'를 비롯한 차세대 TV 라인업을 비장의 무기로 내놓았다. '울트라 올레드 TV'는 최고의 디스플레이와 최상의 해상도가 결합한 최첨단 TV 기술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LG는 세탁기 모터기술과 전기차 배터리기술을 접목한 무선 진공청소기 '코드제로' 등 세계가 놀랄 만한 제품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번 IFA의 핫 이슈였던 '스마트홈' 분야에서도 삼성과 LG는 최첨단 정보기술(IT)을 토대로 한 똑똑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선보이며 미래 가정의 모습을 현실로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피캣'에서 '크리에이터'로 변신하는 중국=예년에 비해 올해 IFA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가전업체들을 꼽자면 단연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입증하듯 IFA가 개막 첫날 발행한 안내 책자에는 TCL·창홍·하이얼 등 중국업체들의 광고가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중국 대륙을 휩쓴 '샤오미'발 스마트폰 공습이 이제 TV와 생활가전 분야로 옮겨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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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6대 TV 업체인 TCL과 하이센스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세계 최초로 퀀텀닷(양자점) TV를 공개했다. 중국업체들이 삼성과 LG보다 한발 앞서 선보인 퀀텀닷 TV는 기존의 액정 대신에 양자로 구성된 반도체 결정을 넣어 색 표현력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TCL은 퀀텀닷 TV 외에도 세계 최대인 110인치 커브드 UHD TV도 함께 선보였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을 베끼는 데 급급했던 중국업체들이 이제는 '세계 최초'와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전시회가 끝나고 3개월만 지나면 우리 것을 똑같이 모방한 중국 제품이 나온다"며 "갈수록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기술적 완성도에서는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하이센스가 공개한 '65인치 벤더블 TV'는 화면이 평면에서 곡면으로 바뀔 때마다 패널이 조금씩 덜컹거리기 일쑤였고 창홍의 '105인치 5K 커브드 UHD TV'는 화면 모서리 부분이 어두워지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하이얼은 국내 기업의 디자인을 모방한 에어컨을 들고 나와 창조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인상을 줬다.

◇'전자 명가'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소니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은 이번 IFA를 통해 '전자 왕국'으로 불렸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특히 소니는 삼성전자 다음으로 큰 4,000㎡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 최첨단 신제품들을 대거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소니 부스는 지난해 IFA에서 삼성전자가 전시장으로 사용했던 곳이기도 하다.

소니가 지난 2월 TV사업부를 분사해 만든 소니비주얼프로덕트의 이름으로 내놓은 75인치 커브드 UHD TV는 자체 기술인 트릴리미노스 디스플레이와 4.2채널 멀티앵글 라이브 스피커를 탑재해 공감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 제품은 소니가 출시한 최초의 커브드 TV로 그동안 삼성에 내준 TV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소니가 이제 과거의 자기 색깔을 찾아가는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파나소닉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가전제품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 받는 스마트홈 서비스와 화장대에 장착된 카메라가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피부상태와 추천 화장법 등을 알려주는 얼굴인식 시스템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스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대표는 "가전사업은 우리의 DNA"라며 "유럽에서 백색가전사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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