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사내유보금 과세 파장 2R] 이중과세 이어 투자기준 논란까지… 재계 반발 불보듯

"지나친 조세편의주의 잣대로 경영·재정 발목잡아"

'제조업 중심' 정부 투자개념도 기업 회계와 괴리

건설업계 "재건축·재개발만 하란건가" 볼멘소리

주형환(가운데)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달 6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2014년 세법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 신설 등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3대 세제 패키지를 도입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이하 사내유보금 과세)에서 업무용 부동산의 범위를 공장 등 설비투자 용지로 한정하기로 하면서 '이중과세' 논란에 이어 과세 기준을 놓고 재계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도입했다는 가계소득 3대 패키지가 오히려 기업들의 경영권을 침해하고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땅을 많이 사는 주택업체나 백화점 등 유통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당장 한전부지를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10조5,5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현대차그룹도 원칙적으로 사내유보금 과세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8월 세법개정안을 통해 유보금과세의 설계방안이 나오면서 재계가 가장 주목한 대목이 과세의 세부 기준이다. 세법상 인정되는 투자의 기준이 뭔지에 따라 세 부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세기준에서 업무용 부동산을 최대한 협의의 개념만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다시 말해 설비투자와 관련한 부동산 취득 등에만 국한한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투자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부가가치 창출"이라며 "때문에 생산설비를 짓기 위해 매입하는 토지 이외에는 투자로 간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을 위해 매입하는 토지가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것도 이 같은 원칙 탓이다. 반면 기업회계에서 업무용 부동산뿐만 아니라 장기에 걸쳐 이자 및 배당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취득한 투자용 부동산·금융자산까지도 '투자'로 분류된다. 이런 괴리는 후속 시행령 마련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논란과 거센 반발로 이어질 것임은 불 보듯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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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처럼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업무용과 비업무용을 판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현실적 판단도 깔려 있다. 유보금 과세는 3년 한시법인 반면 부동산의 업무 연관성 판정에는 3~5년가량 걸린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으면 땅을 사놓고 업무용이라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익금을 투자로 돌리기 위한 정책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나치게 조세편의주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이 나오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애초부터 과도한 처방이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최종 방안을 두고 고심하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기업의 현실과 너무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법인세 이중 과세 논란에 이어 투자 인정 기준이 협소해지면서 과세 대상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세 부담도 당초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당기소득을 투자와 임금, 배당으로 돌리면 세 부담은 없다. 하지만 부동산 취득을 하게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부동산을 취득하면 할수록 일종의 유보금을 쌓아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물론 유통회사·물류기업 같은 땅 보유 기업으로서는 치명타를 입을 우려가 크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대 재벌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62조원(장부가액 기준). 현대차그룹의 경우 토지로 보유하고 있는 사내유보금이 지난해 말 기준 12조6,180억원에 달한다.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그룹은 10조7,7770억원이다. 예전의 관행처럼 사내유보금을 부동산 매입으로 돌릴 경우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법안이 제조업 중심으로만 짜여진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세금을 걷기 쉬운 기업들에 과세해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조세편의주의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택지개발도 민간에게 떠넘긴 상황에서 부지매입에 추가 세금을 매긴다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 아니냐"며 "정부 안대로라면 땅을 사지 않는 재개발·재건축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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