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4월 24일] '비리 백화점' 방불케 하는 자치단체

감사원이 발표한 지역토착비리 점검 결과는 자치단체와 지역 세력이 한통속이 돼 이뤄지는 비리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일부 자치단체장의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뇌물을 챙기는 데 혈안인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형태는 현금은 물론이고 아파트, 심지어 별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비리백화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체장이 갖고 있는 권한을 이용하거나 관급공사를 매개로 뒷돈을 챙기는 것이 공통점이다. 자치단체들이 왜 하나같이 공사나 사업 벌이기를 좋아하는지 짐작이 될 정도이다. 토착비리가 생각보다 뿌리깊고 광범위하게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15년의 역사를 가진 지방자치가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래서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물론 지역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자치가 지역과 주민을 위해 봉사하기는커녕 단체장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것은 자질이 부족한 정치인들이 선거를 통해 많은 권한과 예산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단체장이 되는 풍토에 큰 원인이 있다. 그리고 자치단체에 대한 지역주민의 관심이 적고 감시활동이 느슨한 것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번 조사결과 놀라운 사실 가운데 하나는 비리를 저지른 단체장이 오는 6월 지방선거 후보에 다시 공천됐다는 점이다. 정당의 공천심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잘 보여준다. 자치단체에 만연된 지역토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감사원의 조사 및 감사활동을 더욱 강화해나가야 한다. 일부 자치단체가 비리 불감증에 걸린 것은 자치단체장이 가진 막강한 권한에 대한 견제와 균형장치가 작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와 지역발전 등의 명분을 내세워 끊임없이 권한과 예산을 키워오고 있으나 이에 상응한 감시장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비리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풍토인 셈이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하루빨리 지역행정체계 개편을 서두르는 것이다. 100여년 전의 행정구역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도시화와 집중화 추세에 따라 주민수가 몇만도 안되는 자치단체를 위해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국가적 낭비이다. 지자체를 위한 지방자치가 아니라 주민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지방자치제도를 만들기 위한 개혁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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