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계 팟 캐스트가 책 소개를 넘어 업계 미디어로 거듭나고 있다. 출판사 주도로 평론가나 소설가·교수 등이 책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출판사 편집자나 관련학과 대학생이 자발적으로 업계소식을 전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경기대학교 전자출판콘텐츠학과 석사과정 학생들이 전자책·잡지 개발업체 아이이펍과 함께 '이북늬우스'를 선보였다. 첫 방송에서는 중소 전자책 제작·플랫폼업체인 모글루와 함께 대기업 신세계·KT의 전자책 서비스 정지 등 지상파나 신문에서 잘 다루지 않는 출판업계 내부 소식을 전했다. 출판전문지 기자, 시인 등 다양한 경력의 진행자들이 팟 캐스트답게 자유롭고 재치있는 대화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 외에도 추천도서, 광고 등을 선보였고 향후 광고 유치 및 해외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에는 출판사 은행나무의 오가진 편집자와 어크로스의 김류미 편집자가 '두 여자의 꽃놀이패'를 선보였다. 두 진행자가 방송에서 주로 주고 받는 얘기는 말 그대로 '편집'에 관한 내용으로, 첫 초대손님도 다른 출판사의 편집자였다. 신간을 들고 하는 얘기는 책 제목에서 제본방식, 커버 제작 등 '선수'들의 이야기다. 이를테면 "아침에 합정역에서 출근할 때 큰 가방 튼튼한 것 하나 매고, 한쪽 보조가방에 종이가 보이면 100% 편집자죠. 이 중 하나만 있어도 돼요(웃음)"하는 그들만의 '통찰력'를 보여준다.
이 같은 팟 캐스트 열풍의 배경에는 오랜 불황을 겪고 있는 출판시장에서 자사 신간을 알리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틈새 전략이 숨어있다. 애플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결합한 용어인 팟 캐스트(Pod cast)는 인터넷을 통해 전하는 오디오·비디오 방송으로, 아이튠즈·팟빵·네이버TV캐스트 등 플랫폼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대표적인 팟 캐스트로는 지난 대선 때 큰 인기를 끌었던 '나는 꼼수다'로, 지난 2011년 미국 아이튠즈에서 인기 에피소드 1위를 차지하며 그 위력을 과시한 바 있다.
출판업계에서 팟 캐스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 2012년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소설가 김중혁의 '빨간책방'을 선보이면서부터다. 이 외에도 문학동네·휴머니스트·다산북스 등이 팟 캐스트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고, 특히 지난해 2월부터 매달 2번씩 선보이는 창비의 팟 캐스트 '책다방'은 평균 2만여건씩 다운로드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 서평이나 저자 인터뷰는 물론, 시의 배경이 되는 곳에서 시인이 직접 낭송하는 등 현장감을 살린 것이 주효했다. 휴머니스트가 박시백 화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출간한 후 저자와 전문가 등을 출연시켜 시대별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한 팟캐스트는 현재 다운로드 100만건을 넘겼다.
대형서점 교보문고도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최근 정이현 소설가와 허희 문학평론가를 내세운 책 전문 팟캐스트 '낭만서점'을 선보였다. 매주 1부는 주제별로 그들이 선정한 책, 2부에서는 초대손님이 추천한 책을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역사 전문방송 '라이크 역사', 시 해설 프로그램 '낭만적 시 읽기' 등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