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부원 '달항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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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처럼 둥글어 달항아리라 불리는 조선 중기 백자.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 선생은 이를 가리켜 욕심없이 어질고 순정적이며 의젓해 '잘생긴 며느리 같다'고 했다(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중). 또 고고학자 삼불 김원용 선생은 '백자대호'라는 시를 지어 "조선 백자의 미는 이론을 초월한 백의(白衣)의 미"라고 찬양했다.
가장 한국적인 전통미를 응축한 '화가와 달항아리전'이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15일부터 열린다. 둥근 달처럼 다복하고 풍요롭기를 기원하는 새해 첫 전시다.
보통 높이가 40cm를 넘는 달항아리는 두쪽의 반구형을 위아래로 붙여 만들어진다. 가운데 이음새를 굳이 매끈하게 다듬지 않은 것은 도공의 기운을 그대로 전해주는 자연미다. 개인 소장작인 18세기 조선 백자들은 전통 목가구 반닫이에 위에 전시돼 운치를 더한다. 도예가 한익환, 박부원의 도자 외에도 영국 대영박물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는 박영숙과 권대섭ㆍ신철ㆍ강민수 등 현대도예가들의 작품도 선보인다.
"조형과 미와 민족을 도자기에서 배웠다"고 한 김환기의 항아리 그림들, 꽃과 조선백자를 즐겨 그린 도상봉의 작품들은 향수를 자극한다. 사진작가 구본창의 항아리는 여인의 살결처럼 탐스럽고 고영훈이 그린 항아리는 사진보다 더 사실적이다. 구리선으로 만든 정광호의 항아리와 목판에 새긴 김덕용의 그것, 강익중의 순박한 달항아리 등 다양한 화가들의 표현법을 만날 수 있다. 2월1일에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달항아리 강연회가 열린다. 전시는 설날과 정월대보름 이후인 2월10일까지. (02)519-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