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린벨트 유감/사회부 성종수(기자의 눈)

지난 6일 신한국당은 그린벨트 완화안을 언론에 흘렸다. 건설교통부와 이미 합의했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다음날 건교부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합의된 게 없으며 정부 안대로 결정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그로부터 불과 2주일 뒤인 24일, 건교부는 당과 공동으로 그린벨트 완화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알려진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내용이었다. 당정 협의가 있을 때마다 난무하던 갖가지 설이 결국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주요 정책이 결정되는 언저리에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승리는 당이 차지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또한번 구태를 보아야 했다. 당은 밀어붙이고 정부는 꽁무니를 빼는듯 하면서 들을 것은 다 들어주는 그런 모습 말이다. 국회의원들이야 그렇다치자. 지역구 주민들의 민원에 약한 그들의 속성상 지역보다는 국가 전체를 조망해 달라는 요구는 애당초 난망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다. 정부가 하는 품새를 보면 영 달갑지가 않다. 한마디로 분명하지가 않다. 당정간에 모종의 합의를 해놓고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던 양 꼬리를 감추는 게 습관이 돼 있다. 그래서 당정이 협의하는 사안은 늘 한쪽(당)에서 떠들고 한쪽(정부)에서는 부인하는 형국이 반복된다. 이번 그린벨트 규제완화 건도 꼭 그렇다. 건교부관계자들은 수차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린벨트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무 것도 합의된 게 없습니다. 그린벨트는 꼭 지켜져야 합니다. 당에서 요구한다고 다 들어 줄 수는 없지요.』 이들의 대답은 늘 이랬다. 또다른 관계 공무원. 『우리는(건교부) 그린벨트를 지키려 하는데 저쪽(신한국당)에서 자꾸 밀어붙입니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지레 던지는 그의 말에서 보신주의에 젖어 있는 공무원들의 현 주소를 읽을 수 있다. 「권한은 한 없이 쥐려 하고 정작 책임은 지려 하지 않는 집단.」 기업인들이 공무원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곧잘 지적하는 말이다. 이번 그린벨트 완화안이 나오기까지 건교부 고위 공무원들의 언행을 뒤따라가보면 이런 지적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책임 소재만 나오면 은근 슬쩍 피해가려는 공무원들의 판에 박힌 모습에 국민들은 이제 신물이 난다. 「보다 당당하고 분명한 공직자.」 이 시대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공무원상이다. 그 같은 모습을 그려나갈 주체는 바로 공무원 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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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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