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위의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인 메트로PCS는 이달초 10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채권을 6.625%에 발행했다. 당초 5억달러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수요가 몰리자 발행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이 회사의 신융등급은 투자적격 보다 5단계나 낮은 B2에 그치고 있는 상태. 이 회사보다 투자등급이 한 단계 더 낮은 또 다른 이동통신업체인 립 와이어리스도 최근 12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8% 금리에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정크본드(투자부적격채권)시장의 활황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차 양적완화로 인해 미 국채금리가 하향추세를 보이면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이 정크본드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 등 발 빠른 투자자들이 정크본드 시장에서 발을 빼고 주식시장 등으로 투자대상을 옮겨가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수익률에 비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과다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빠진 자리를 일반투자자, 뮤추얼펀드들이 메우는 양상이다. ◇떨어지는 수익률, 몰려드는 투자자= 정크본드는 무디스의 신용평가등급으로는 Baa3, S&P등급으로는 BBB- 이하의 채권을 가리킨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7.1%대 수준인 정크본드의 평균수익률이 올 연말까지 사상 최저점인 6.95%를 뚫고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터 애시베티 JP모건 체이스의 채권 애널리스트는 “정크본드의 수익률은 올 연말쯤 최저점을 뚫고 내려간 뒤 내년 6월까지 하락추세를 지속해 6.75%선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크본드 시장은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가중되면서 붕괴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다. 최근 들어 미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는 반면 국채 수익률은 양적완화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자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찾아 정크본드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정크본드의 하루 평균 거래규모는 4,000여건으로 지난해 초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 이는 투자적격 등급의 회사채 거래가 감소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요가 몰리면서 정크본드의 발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투기등급의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규모는 2,250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반면 디폴트비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연 환산 디폴트 비율의 경우, 지난 10월 3.7%로 9월의 4.0%에 비해 0.3%포인트 떨어졌다. 1년 전에는 이 비율이 무려 13.4%에 달했다. 로스엔젤레스에 소재한 페이든앤드리젤의 사버 모니 펀드매니저는 “최근의 양적완화가 더해지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자, 정크본드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크본드시장에서 발 배는 헤지펀드= 개인투자자들이나 뮤추얼펀드들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빠져나가는 투자자들도 있다. 펀드매니저인 알록 마히자는 지난해 초 침체돼 있던 정크본드시장을 집중공략해 대성공을 거뒀다. 그의 헤지펀드인 오어 힐 파트너스의 수익률은 무려 67%에 달했다. 그의 펀드는 올들어 1억1,000만달러에 달하는 보유 정크본드의 대부분을 새로 시장에 뛰어든 뮤추얼펀드에 넘겼다. 마히자는 “정크본드 시장에서 목표로 하는 수익률을 올리려면 너무 많은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펀드는 최근 숏-셀링(short-selling)채권등의 모기지채권에 투자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마히자는 정크본드에서 빠녀나와 모기지나 주식시장으로 투자대상을 옮겨가고 있는 헤지펀드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정크본드시장에서 발을 빼는 헤지펀드들은 자금이 너무 많이 유입되면서 채권의 가격이 최근 3년래 최고수준으로 올랐고 채권 발행회사의 신용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웰스파고의 투자전략가인 브라이언 렐링은 고객들에게 주식시장으로 투자를 권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고객들은 안정적인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매력에 정크본드 투자를 강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몇 년간 수익률이 좋아다는 점에 투자자들이 집착을 하는 데,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상황이 나빠지면 수익률 악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빠져 나간 시장에 남겨질 공산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