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만여 업체 "주문끊겨 장기화땐 문닫을판"

"자칫하면 한해 사업 전부 망치게 될수도"<br>"상반기 이후 자금압박 불가피" 전전긍긍


1만여 업체 "주문끊겨 장기화땐 문닫을판" "자칫하면 한해 사업 전부 망치게 될수도""상반기 이후 자금압박 불가피" 전전긍긍 김민형 기자 kmh204@sed.co.kr 이현호기자 hhlee@sed.co.kr "1차 협력업체는 그래도 형편이 낫다. 2, 3차 협력업체들은 1차 협력업체들이 삼성특검 여파로 올해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않으면서 신규주문이 거의 중단됐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LCD장비 부품 2차 협력업체 A사장은 삼성특검에 따른 삼성 경영차질의 후폭풍이 영세한 2, 3차 협력업체들에 점점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삼성이 올해 설비투자를 비롯해 구매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이 때문에 1차 협력업체들이 경영계획 수립을 미루는 등 눈치 보기에 급급하면서 2, 3차 협력업체들이 생산라인 일부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삼성 올해 투자계획 '올 스톱'=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말 마지막으로 투자공시를 한 후 단 한건의 투자공시도 하지 않고 있다. 매년 연초에 3~4건씩 투자공시를 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삼성전자 측은 해외 투자자들이 올해 투자계획을 문의해오고 있지만 결정된 것이 없다며 확답을 못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연간 10조원가량의 설비투자를 진행하는데 이 계획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어 협력업체로서는 타격이 클 것"이라며 "계열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달아 소환되는 상황에서 투자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삼성은 시설비용 이외에 구매비용도 연간 30조원을 투자하는데 올해 그 이상의 규모를 계획했지만 이마저도 중단된 상태다. 신설투자는 대규모 프로젝트라 1차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2, 3차 협력업체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하는데 지난해 말부터 논의가 전면 유보된 상황이다. 강도 높은 특검이 지속될수록 투자계획 수립이 미뤄지면서 협력업체의 고통은 더욱 커지는 셈이다. ◇협력업체의 경영공백 '장기화'=삼성전자의 투자계획 보류도 문제지만 협력업체들은 앞으로를 더욱 걱정하고 있다. 대다수 협력업체들이 업종 특성상 수개월 전부터 삼성전자의 생산라인에 맞게 장비 및 부품을 공동 설계하고 발주해야 하는데 이에 맞는 자금집행이 전면 보류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비 관련 2차 협력사 D사장은 "삼성전자의 증설계획을 근거로 연간 물량조달 및 자금운용ㆍ인력계획 등을 수립하고 있는데 이번 특검으로 자칫 올 한해 사업을 전부 망칠 수 있다"며 "한 개의 프로젝트라도 대규모라서 올해 사업계획 수립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LCD 설비 관련 장비를 생산하는 또 다른 2차 협력업체는 올해 삼성전자 8세대의 2차 라인 증설이 계획대로 3ㆍ4분기에 진행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협력업체들과 협의해 관련 설비 발주가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얘기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고객사인 삼성전자의 투자보류로 경영목표 수정이 불가피해 경영공백 장기화가 우려된다"면서 "삼성 측에서 사실상 손을 놓아 지금 당장은 버틸 수 있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며 답답해 했다. ◇2, 3차 협력업체에는 생존 위협=문제는 이들 1차 협력업체의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과 거래하는 1만여개에 달하는 2, 3차 협력업체들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것. 1차 협력업체들에 비해 매우 열악한 대다수 2, 3차 협력업체들은 연간 납품물량과 이에 따른 자재조달ㆍ인력계획 등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지난해 상반기 계약건을 납품하고자 일부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데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라인 가동률이 평소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져 이 상태가 지속되면 상반기 이후 자금압박이 예상된다는 게 대다수 2, 3차 협력업체들의 우려다. 반월공단 소재 반도체 관련 부품 2차 협력업체 B사장은 "지난해 D램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납품단가 인하를 비롯, 자체적으로 뼈를 깎는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어렵게 버텨왔다"며 "올해는 삼성특검이라는 불가항력적 악재가 터지면서 신규주문이 없고 멈춰선 생산라인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투자계획이 보류되면서 지난해 중기계획으로 확정했던 투자계획도 절반 수준에서 진행돼 이로 인한 여파가 협력업체들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시화공단의 한 3차 협력업체 C사장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의 협력업체 몇 곳에서 삼성비자금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다수 1차 협력업체들이 신규주문을 대폭 줄이거나 기존 생산계획을 보류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는 삼성전자 협력업체는 반도체와 정보통신(휴대폰), 액정표시장치(LCD), 디지털미디어 등 4개 사업 부문별로 나눠 1차 협력업체만도 800여개에 달한다. 이들 1차 협력업체와 거래하는 2, 3차 협력업체들까지 포함하면 최대 1만여개로 추산된다. 협력업체들은 수원 본사를 비롯해 기흥ㆍ화성ㆍ온양ㆍ천안ㆍ탕정ㆍ구미ㆍ광주 등의 생산공장을 중심으로 그 주변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한 해 협력업체들에 구매비용을 투자하는 규모는 30조원 정도로 이중 현금결제만도 13조원 규모에 이른다. 순수 시설투자 비용으로는 연평균 10조원이 투자된다. 이밖에 우수 협력업체들의 부족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총 8,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별도로 책정,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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