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위기의 제조업 돌파구를 찾아라] 대기업 고비용 경영환경에 해외이전 러시

산업공동화→일자리 감소→소비위축 악순환

규제 완화로 '제조업 르네상스' 모색 나설때


기아자동차는 최근 멕시코 몬테레이 인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현지 주정부와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이 마무리돼 공장 설립과 관련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면 바로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16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멕시코 공장이 설립되면 기아차의 해외공장은 모두 6곳으로 늘어난다.

맏형 현대자동차는 중국 서부도시 충칭에 중국 내 4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달 초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직접 충칭 공장 건립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현재 계획 중인 해외공장 설립이 모두 마무리되면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올해 54.2%에서 2016년 57.4%까지 높아지게 된다.

생산기지로서의 더 나은 조건과 환경을 찾아 해외로 달려가는 모습은 비단 자동차업계만의 얘기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중국 시안에 약 7조원을 투자해 만든 반도체 공장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당시 공장 준공식에서 "제2, 제3의 반도체 공장도 시안에 설립할 수 있다"며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중국 쑤저우 LCD 공장을 완공했으며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는 8월 광저우 공장의 가동을 앞두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삼성SDI와 LG화학 역시 앞다퉈 중국 시안과 난징에 각각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베트남에 거대 생산기지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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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공장 설립 '러시'는 타이어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타이어는 내년 1월 미국 테네시주에 8번째 공장을 착공하며 금호타이어도 미국 조지아주에 2016년 준공을 목표로 연산 400만개 규모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넥센타이어는 체코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생산설비를 갖춘다.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여전히 국내 산업의 기반이 되는 제조업의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되면 결국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조업의 해외이전은 기술 공동화와 더불어 일자리 감소에 따른 가계 소득악화와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기업들이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1.5%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7.7%) 이후 4년 만에 최저치에 머물렀다. 반면 국외 투자액은 80조5,437억원으로 2012년(46조4,787억원)에 비해 73.3%나 급증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제조업 공동화가 우려됐던 일본이 기업들의 적극적인 설비투자 덕에 올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잠정치를 크게 웃돈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13.1% 급증하며 2008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2003~2012년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연평균 17.2% 증가한 것에 반해 국내 설비투자는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10년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국내 설비투자보다 4배나 더 빨리 증가했다는 뜻이다. 이는 직전 10년간(1993~2002년) 해외 직접투자 증가율(10.7%)이 국내 투자 증가율(4.8%)의 2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해외와 국내 간 투자증가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고비용 경영환경으로 수익여건이 악화될 경우 기업은 해외이전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규제 완화와 투자촉진 정책 등을 통해 '제조업 르네상스'를 모색하는 해외 각국의 사례를 우리도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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