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제장관 릴레이 인터뷰] <4>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 창간기획<br>"비정규직 남용하는 기업, 눈 크게 뜨고 살피겠다"



구인-구직 미스매칭 해소에 고용정책 초점 맞출것
복수노조 큰 혼란없이 가고있어… '알박기'는 반드시 처벌
타임오프제 등 재개정 주장 시계 거꾸로 돌리자는 얘기
체불사업주 융자제 내년 도입… 양성평등, 더뎌도 꾸준히 개선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기업은 공정거래 차원에서 눈을 크게 뜨고 살필 것입니다. 다수의 비정규직 사용 사업장 감시ㆍ감독을 강화해나갈 것이며 만약 비정규직 사용 사업장에서 불법요소가 발견되면 반드시 처벌할 것입니다." 이채필(사진) 고용노동부 장관은 3일 서울경제신문 창간기념 특별 인터뷰에서 "고용의 경직성과 비용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용역이나 사내하도급 등 간접고용 쪽으로 옮아가는 기업들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고용부는 유형별로 비정규직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요소를 가려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간제근로자 점검과 파견사업체 사용업체 점검, 사내하도급 점검, 청소용역 점검 등으로 나눠 노동법이나 파견법 위반 여부를 감시ㆍ감독하고 있다. 임금근로자 1,700만명 중 577만명(33.8%)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전사회적 이슈라는 인식하에 경영계와 노동계의 요구를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가겠다는 게 이 장관의 설명이다. 비정규직 남용에 대한 감시와 더불어 이 장관이 중시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이다.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부처 이름을 바꾼 데서 알 수 있듯이 고용은 고용부가 가진 모든 인적ㆍ물적 자원을 투입해 효과를 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다. 그런 면에서 이 장관은 스스로를 "친(親) 일자리 장관"이라고 소개하며 최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구인ㆍ구직 간 '일자리 미스매칭'을 꼽았다. 앞으로 정부 고용정책의 초점을 일자리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데 두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지난 5월 말 취임 이후 두 달간 일자리 현장을 둘러보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집중했다. 재직 중인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도 중요하지만 구직자와 구인업체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고용정책이라는 소신 때문이다. 이 장관은 "숙련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의 경우 수요ㆍ공급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한 뒤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어떤 기업에서 공장을 증설하고 싶은데 이런저런 규제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 전 경기도 김포의 한 사업장을 찾았다. 이 사업장은 공장을 증설할 생각이 있고 이 경우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했지만 규제에 막혀 추진할 수 없었다. 이 장관은 해당 지자체와 협의, 이 사업장이 산지전용 허가를 받아 공장을 증설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일자리와 인력을 연결하는 데 더해 없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준 사례였다. 이 장관은 "근본적으로 고용시장은 탄력성 있게 운영되도록 하되 노동자 개개인에게는 고용안정이 중요하다"며 "규제 때문에 사람을 쓰고 싶지만 주저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고용이 연결되는 규제는 유연하게 하는 것이 길게 볼 때 일자리 기반을 넓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정부가 나서 일자리 수급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최근 고용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해 일자리 정책의 기본방향을 수정했다. 구직자와 구인업체를 제대로 연결시키기 위해 고용센터를 통한 일자리 '경유알선' 방식에서 벗어나 구인업체와 구직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율알선' 형태로 지원방식을 바꾼 것이다. 7월부터 시행된 복수노조로 화제를 바꾸자 이 장관은 "큰 혼란 없이 잘 가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 수록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일부 기업에서 이른바 '알박기 노조'를 설립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고 역시 강한 처벌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개별기업 사례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노동자들이 주체가 된 것이 아니라 제3자에 의해 노조가 조직되고 운영된다면 그것은 법적으로 노조가 아니다. 그런 행위는 불법에 해당되므로 드러난다면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복수노조 제도시행 이후 새로 설립된 노조의 77%가 기존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생겼다는 점을 눈여겨봐달라"고 주문했다. 유(有)노조 사업장에서 새 노조가 출범했다는 것은 그만큼의 비율로 기존 노조가 노동자들을 잘 대변하지 못했고 그에 따른 불만이 컸기 때문이라는 게 이 장관의 말이다. 이 장관은 "새로 생긴 노조의 88%가 기존의 양 노총을 상급단체로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라며 "기존 양 노총 중심의 노동운동이 2% 부족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노노' 갈등에 대해 이 장관은 "노조가 건강하게 돼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일당체제를 고집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독 노동조합만 한 사업장에 하나만 허용하다 보니 기존 노조의 노선에 찬성하지 않는 노동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는 셈이 됩니다. 그로 인해 노조 집행부들이 각종 교섭 등에서 권한을 악용하는 일들이 있고 심지어는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이제는 노조가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 경쟁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복수노조는 노조의 순기능을 강화해 기본적으로는 노동자들을 위하게 되고 이는 또 투명경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 장관은 1년 전 도입한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한도)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타임오프 시행으로 전임자 숫자가 28% 정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6%가 줄었고 300인 이상 999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17%가 축소됐습니다. 또 1,000인 이상 사업장은 49%가 줄었습니다. 이는 (전임자와 숫자가 줄어) 상당 부분 거품이 빠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노동계가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타임오프제도는 이미 현장에 상당 수준으로 정착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법ㆍ복수노조ㆍ타임오프 등은 이명박 정권이 출범 이후 온갖 논란을 무릅쓰고 시행한 대표적인 정책들이다.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에서도 도입 전 거센 반대를 해왔고 도입 후 지금까지도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오랜 세월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이 지적해온 사항을 개선한 것으로 역사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더욱이 '실제 도입한 후 현장이 차츰 적응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할 일은 이들 제도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의 생각은 최근 타임오프제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노조법 재개정 목소리를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며 노동후진국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일축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는 "한나라당의 몇몇 의원들이 특정단체와의 관계 때문에 전략적으로 (개정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금까지 당 차원에서는 당 대표가 노조법 개정 의사를 내비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이들 주요 정책과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 상습적 체불임금 사업주 처벌 강화와 노동현장에서의 양성평등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사업을 하다 보면 일시적으로 경영난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가 망한 뒤 체불임금을 구제해주는 체당금제도가 있지만 가동사업주지원제도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일시적 경영난에 처한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제도를 만들려고 합니다. 급여를 받지 못한 노동자에 대한 생계안정자금 지원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고용부는 '임금채권보장법'을 일부 개정해 내년 3월부터 근로자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게 150억원의 자금을 빌려주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일시적 경영애로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게 연간 3.5~6% 정도의 금리로 자금을 융자하는 '체불청산지원사업주융자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 장관은 노동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남녀 간 차별 해소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양성평등을 위한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를 지도해가고 있다"며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고용평등상담소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현장의 차별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고쳐나갈 수 있도록 민간과 협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기적 처방도 중요하지만 양성평등은 전사회적 문제인 만큼 비록 개선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정도(正道)'를 걸으며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 장관의 소신이다.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이 장관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그는 "노사 문제가 정치사회적 이슈로 돼가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외부 개입은 문제를 푸는 데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 당사자에게 맡기고 응원하는 것이 정말 그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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