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최근 저성장·저물가 기조에서 탈피하려면 통화정책에 의존하기보다는 경제 구조개혁이 중요하다고 말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는 유보적인 입장임을 나타냈다.
최근 급증세인 가계부채 문제는 통화정책보다는 금융당국의 미시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장일치로 현재 2.0%의 기준금리가 동결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경제 여건 등의 변화가 있으면 전망치가 바뀔 수밖에 없다”며 “지난번 전망치 발표 시점인 10월 이후 두달간 변화를 보면 분명히 내년 성장률 3.9% 전망치를 유지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경제 부진이 생각보다 더 좋지 않고 중국 경제도 성장세 둔화가 눈에 띄게 보인다”며 “국내 요인을 봐도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생각보다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물가 전망치와 관련해서는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세를 지목하면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형 분석으로는 원유 평균 도입단가가 10% 떨어지면 소비자 물가를 0.2%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 총재는 내년 1월 수정 전망 때 이런 여건 변화를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 10월 경제전망 때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3.5%와 3.9%로 제시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1.4%, 내년 2.4%였다.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과 관련해서도 “인구구조 변화, 금융위기 이후의 투자부진 등을 고려하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에 와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저성장·저물가는 경기순환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피력했다. 통화정책보다는 규제개혁이나 구조조정 등 구조 개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총재는 “두 차례에 걸친 금리인하와 정부의 정책 노력에도 실물경기가 만족스럽게 살아나지 않는 것은 (저성장이) 경기순환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 탓임을 보여준다”며 “통화정책적 대응도 필요하지만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지 않으면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1990년대 이후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진 이유도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아베노믹스 (효과)가 주춤한 것도 통화정책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일본과 유사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데 대해서도 “주장이 과하다”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 문제도 통화정책 수단보다는 금융감독의 제도 보완 등 미시적 대응책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는 전체 경제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거시 정책 변수인 만큼 가계부채 때문에 통화정책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중요하게 봐야할 요인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경기 회복 심리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8월과 10월에) 금리를 내렸던 것”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고 금융감독 당국과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로 해결할 사항은 아니고 미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