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실버산업 새 표준 만들자

[기고] 실버산업 새 표준 만들자 정석진 한국표준협회 품질진흥원장 경영학의 구루(guru)인 피터 드러커는 ‘미래 사회를 변화시킬 가장 크고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이로 인한 고령화 문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지난 70년대에는 61세에 불과했지만 2005년에는 78세로 17살이나 늘어났다.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현재의 저출산ㆍ고령화 추세라면 7% 정도의 고령인구 비중이 오는 2026년에는 20%를 초과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급속한 고령화 진행은 과거 우리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정치ㆍ경제ㆍ문화 등 사회 전 분야에 변혁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현재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과 맞물려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하지만 주된 소비층으로 부상하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실버산업이 급속히 발전하고 그들의 소비요구를 충족시킬 경우 경제 전반에 걸쳐 막대한 긍정적 효과를 확산시킬 수 있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에 달하고 50세 이상 중고년층이 40%를 차지하는 등 고령화사회를 넘어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경험이나 추억’ 등 과거 기억에 많이 의존하는 실버세대가 최근 일본 내 히트상품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한국의 드라마 ‘겨울연가’도 자세히 살펴보면 전후 어려웠던 시절의 순정에 대한 그리움을 공유하고 있는 중고년층 실버세대의 기억에 호소한 데 그 비결이 있다. 히트상품의 성패를 가름할 정도로 고령자의 소비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고령화사회의 특징이다. 미래의 거대 소비층이라고 할 수 있는 고령자산업 시장규모는 2010년 31조원에서 2020년 약 116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고령화사회의 도래가 우리 경제의 큰 성장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혜를 모아 고령화의 부정적 측면을 극복함과 동시에 국가적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적으로 실버산업에 관심을 갖고 실버친화적 노인복지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아울러 각종 노인요양 서비스 및 의료기기체계 정비 등 실버시대에 걸맞게 재편하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실버산업 발전과 고령화에 맞는 편리한 생활양식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고령화산업 관련 표준’의 재정비다. 기존의 표준화 양식은 오랜 세월 젊은 세대에 초점을 맞춰 형성됐다. 예를 들면 활자 크기라든지 엘리베이터 작동방법, 가전제품 그리고 도로의 동선 등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고령자의 편리성을 무시하고 젊은 사람 위주로 만들어졌다. 이제는 고령화사회를 항상 염두에 둔 새로운 표준을 개발하고 기존에 노인이 이용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표준화해 편리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향후 점증하는 고령화 인구가 쉽고 편하고 값싸게 접근할 수 있는 실버용품 및 서비스가 주변에서 많이 눈에 띄어야 한다. 국내 건설회사들은 독거노인이 쉽게 집안일을 할 수 있도록 의자나 휠체어 사용이 가능한 좌식 싱크대를 비롯해 노약자들이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유선형 핸들 방식의 유니버설 도어록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의 마쓰시타전기는 업계 최초로 음성안내 기능을 내장한 에어컨용 리모컨을 개발했으며 ‘세제 제로’ ‘표준’ 등 세탁코스를 다이얼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고령자용 세탁기도 출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의 실버산업은 어떤가.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노인들의 실버용품 수요와는 반대로 국내 관련산업의 수준은 극히 낮은 실정이다. 국내 실버용품 및 의료복지기기 제조업체의 55%가 자산규모 1억원 미만의 영세기업들이라는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런 열악한 재정구조 아래에서는 연구개발 능력이나 상품의 표준화 및 품질도 요원하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실버용품의 60~80%는 수입품이 차지하고 있다. 실버산업 종사자에게만 분발을 촉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최근 관련법규가 정비되고 고령친화산업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 및 산학연 협동연구ㆍ지원체제가 구축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보청기 등 일부 품목에만 시행해왔던 제품 표준화작업을 고령자가 이용하는 모든 제품에 적용하고, 간병ㆍ목욕수발ㆍ식사ㆍ배뇨 등의 서비스도 특성에 맞게 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있다. 이같이 정부의 지원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 선진사례 연구를 통한 시행착오 예방 등 모든 관련주체가 힘을 모은다면 고령화시대는 우리에게 위기이면서 새로운 기회로 다가설 것이다. 입력시간 : 2007/03/0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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