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연구기관으로서 태생적 한계를 지닌 한경연은 지난 11일 내놓은 「대기업 환경변화와 대응과제」라는보고서에 대해 「반재벌적」이란 평가가 쏟아지자 크게 흔들렸다. 특히 「실패 경영인 퇴진론」이 총수 퇴진론으로 비화하면서 전경련과 회원사들의 엄청난 반발에 시달렸다.이에 충격받은 한경연의 당혹감은 13, 14일 내놓으려던 보고서들을 잇따라 폐기하는 소동으로 확대됐다.
한경연은 당초 14일 「제2금융권에 대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정책」의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날 아침 갑자기 발표 자체를 취소했다. 한경연은 이 보고서에서 재벌의 2금융권 지배에 따른 부작용은 감독강화나 사후관리로 해결해야지 소유제한이나 계열사 투자한도 축소 등 관치금융 수단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경연은 이에 앞서 13일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이익배분 문제까지 별도 보고서를 통해 거론할 계획이었으나 이것 마저 취소했다. 자료 작성 실무진은 삼성생명 상장이익을 계약자에게 나눠줘서는 안되며 주주에게 몰아줘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고 한다. 특혜시비를 없애기 위해 상장이익 분배방안을 찾아보자고 나선 정부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인 셈이다. 한경연은 이런 주장이 기업 총수의 이익보호에 치우쳐 자칫 지배구조개선 논의에 불을 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내부의 우려를 감안, 발표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에는 「실패 경영진 퇴진론」을 제기, 회원사들의 반발을 사더니 13~14일에는 회원사들, 특히 5대 재벌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고서를 내려다가 이것 마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취소한 것이다. /
손동영 기자SON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