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 마찬가지다. 사진이 처음 등장했을때 가장 기뻐한 사람들은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흥분했다. 그리고 음화를 만들고 음란 영화를 찍었다. 물론 지금 보면 유치한 수준이었겠지만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고상한 식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음화와 음란 영화를 막아보려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그들은 절망하며 이것이야말로 인류 멸망의 전조라고 떠들었다.그렇다면 범람했던 음화와 음란 영화들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인류역사의 발전을 가로막고 타락의 구렁텅이로 빠뜨렸는가. 그렇지 않다. 인류역사는 아직도 발전하고 있으며 그렇게 우려했던 음화와 음란영화는 그저 한 때의 열기로 식어갔다. 한쪽에서 음화와 음란영화들이 그럭저럭 명목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류의 멸망을 이끌 정도는 아니다. 반박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런 한때의 음화 열풍이 오히려 사진과 영화의 기술을 끌어 올렸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비디오를 볼때마다 꼭 봐야하는 장면이 있다. 음란 비디오를 추방하자는 공익광고다. 비디오가 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도 역시 인쇄술의 발명, 사진술의 발명과 똑같은 홍역을 치렀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음란 사이트가 범람하고 청소년의 정서를 저해한다고 걱정들이 대단하다.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 보호위원회」에서는 급기야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에게 음란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토록 의무화하겠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음란사이트는 전세계적으로 몇십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하루에 몇십개씩 만들어지고 있다. 도대체 이를 어떻게 차단하겠다는 말인가.
하이텔, 천리안 등 서비스업체의 서버를 통해 규제한다는 말만 해도 그렇다. 외국의 검색사이트에 들어가 섹스(SEX)라는 단어만 치면 수십만개의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데 이는 또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가.
인터넷은 자유, 그자체다.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자신만이 가지는 자유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이버 공간이다.
최영규 산업부차장YK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