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삶을 좀더 느긋하게… 완행버스 처럼 삽시다"

세번째 시집 '가재미' 낸 불교방송 문태준 PD


"사람들이 좀 천천히, 늦게, 완행버스처럼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시 '가재미'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시인 문태준(36)은 시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어냐는 질문에 이런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현직 불교방송 편성제작부 PD라는 직함도 갖고 있다. 하지만 PD보다 시인으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94년 문예중앙에서 등단한 그는 동서문학상, 미당 문학상 등을 받고 지난 4월에는 소월시문학상까지 수상했다. 그의 시 '가재미'는 작년 시인과 평론가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에 선정됐고, 지난 달에는 세 번째 시집이름을 '가재미'(문학과 지성사)로 냈다. 그런 그가 중요시하는 건 '완행 버스'와 같은 삶. 언제 올 지 모르는 완행 버스를 천천히 기다리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시골에 다니는 완행 버스는 제 때 시간 맞춰서 오는 법이 없잖아요. 그걸 느긋하게 기다리는 마음, 요즘 사람들에게는 그게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한 절에 갔다가 자신이 관심 있게 본 광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둘러 보고 나오는데 두꺼비 한 마리가 지렁이를 잡아 먹고 있었어요. 오른발로 지렁이를 잡고 천천히 씹어 먹고 있는데,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거에요. 우리 인생이 그런 게 아닐까. 항상 바쁘고 혼잡하기 만한 서울이라는 도시에 조금씩 뜯겨 먹히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요." 그는 생활에 여유를 갖고 보면 누구를 만나도 옹졸하지 않을 수 있고 사람과의 이별과 죽음에도 의연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누군가를 떠나 보낸다는 건 분명 가슴 아픈 일이다. 그 역시 그런식의 이별에 대한 아픔을 시 '가재미'에 담았다. <詩가재미 중에서>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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