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인니, 한국 정부에 현대차 공장 건설 보장 요구

CEPA 조건으로… 연내 타결 사실상 불가능<br>車시장 개방-투자 연계 카드 꺼내들어<br>정부 "현대차 이외 다른 민간기업 투자도 물려있어 난항"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서울경제 DB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인니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최종 타결 조건으로 현대자동차의 인니 공장 건설을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보장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무역협정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민간기업의 투자 보증을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우리가 기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도유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합의했던 한·인니 CEPA의 연내 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19일 "인니 측에서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개런티(보증) 등 각종 투자확대 방안을 최종 타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난관이 부딪힌 상태"라며 "정부가 민간기업에 투자를 강제할 수는 없는 만큼 CEPA 연내 타결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인니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는 문제는 한·인니 CEPA 기업 투자 관련 협상의 막판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은 있어왔다. 하지만 우리 정부 당국자가 인니 정부의 최종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실제로 기반이 취약한 동남아 지역에 전진 기지를 세우겠다는 구상은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인니의 경우 인구 2억5,000만명의 동남아 최대 시장이지만 일본차의 점유율이 95% 수준에 가까워 우리 입장에서는 자동차 시장을 뚫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돼왔다. 이런 우리의 상황을 알고 있는 인니가 자국의 고용 확대를 위해 현대차 공장 건설이라는 최종 협상 카드를 던진 것이다.

인니가 이처럼 민간 기업의 투자까지 우리 정부가 보증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인니 입장에서 우리와의 CEPA를 통해 당장 얻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인니의 경우 한국으로의 수출이 대부분 광물자원이기 때문에 협상 초반부터 한국에 대한 수출 확대보다는 우리 기업의 인니 투자 확대 및 경제 협력 분야 등에 관심이 컸다.

실제 지난해 우리의 대인니 수입 157억달러 중 116억달러(74%)는 천연가스·유연탄·원유 등 광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를 알기 때문에 초반부터 인니 측에 발전소 등 투자 확대 방안과 기술 이전 등을 협상 카드로 제시하며 접근해왔다. 하지만 인니 측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특정 기업의 투자 확대 방안 등을 최종 타결 조건으로 요구하자 협상 막판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관계자는 "단순히 현대차 공장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며 몇 가지 민간기업의 투자 방안이 물려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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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현대차의 경우 동남아 공장 건설 가능성이 최근에는 점차 희박해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자동차 시황으로 볼 때 현대차가 기존 글로벌 공장의 증설에 주력하고 새로운 지역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당분간 자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한·인니 CEPA 협상에 자신들이 돌발 변수로 거론되는 것은 너무나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민간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겠다는 입장은 밝힐 수는 있지만 협정 조건으로 이를 명문화할 수는 없다"며 "인니 측에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득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인니 순방의 최대 성과로 거론되던 한·인니 CEPA 타결은 그 시기가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리의 주요 인니 수출 품목은 자동차(관세 20%), 자동차부품(10~15%), 석유화학(5~20%), 철강(5~12.5%), 가전(10%) 등으로 협상이 타결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수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민간 기업의 투자까지 보증해가며 협상을 타결할 경우 개발도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상당히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 베트남 등 개도국과의 산업협력형 FTA를 크게 확대해나갈 예정인데 기업의 투자를 조건으로 FTA를 체결하는 것이 협상의 기본원칙에도 안 맞거니와 자칫 돈을 주고 FTA를 사왔다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인력 등 모든 통상 자원을 TPP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인니와의 CEPA 타결에는 다소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상당한 기간 타결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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