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소송 리스크 벗어나 경영활동 탄력 기대

■ 코오롱, 듀폰과 1조대 아라미드 항소심 勝

다시 1심부터 시작… 최종 승소까진 넘어야 할 산 많아


코오롱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를 둘러싼 듀폰과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 일단 '조 단위의 소송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 소송은 지난 5년간 코오롱인더스트리뿐 아니라 그룹 전체를 짓눌러온 악재였다. 이에 따라 이번 승소로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경영활동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주가가 이날 상한가로 치솟은 것도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최종 승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코오롱의 아라미드 추가 생산을 위한 투자 역시 최소 수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그룹의 한 관계자는 4일 "지난 3일(현지시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미국 듀폰사와 영업 비밀 침해 관련 항소심에서 승소했다"면서 "재판부가 듀폰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만큼 앞으로의 재판은 코오롱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라도 코오롱의 배상액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다시 1심에서 다퉈야 하는 만큼 추가 투자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듀폰과 5년째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아라미드의 전세계 시장규모는 약 1조7,000억~1조8,000억원 수준. 전세계 아라미드 시장의 절반 이상은 듀폰이 차지하고 있다. 아라미드는 섭씨 500도에서도 타지 않아 방탄복이나 항공ㆍ우주 분야, 고성능 타이어에 이용된다.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연간 아라미드 매출은 약 700억~800억원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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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 버지니아주 항소 법원은 지난 3일 이전 재판부가 피고 측 증거를 잘못 배제했고 듀폰의 영업비밀임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지난 2011년 나온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항소 법원은 앞으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는 1심 재판을 맡았던 판사를 교체하라고도 지시했다.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힌 것은 증거 불충분 외에도 1심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의 이해상충 문제도 적지 않게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1심 판사인 로버트 페인은 판사 임용 전 맥과이어 우즈라는 법무법인의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했다. 맥과이어 우즈는 듀폰을 위해 일한 로펌 중의 하나다.

코오롱 입장에서는 무려 1조원에 달하는 재판의 항소심에서 승소했다는 점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당장 1조원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고 향후 아라미드 매출도 유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심에서는 1조원 상당의 배상금과 코오롱의 아라미드 브랜드인 헤라크론의 20년간 판매금지 결정이 났었다. 단순 계산으로만 20년 동안 최소 1조4,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줄어들 판이었다. 미국의 경우 항소심은 1심 판결의 법리가 제대로 적용됐는지를 우선적으로 볼 뿐 이번처럼 결과를 완전히 뒤집는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코오롱의 최종 승리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송 규모가 커 듀폰이 쉽게 포기할 가능성이 적은데다 최초 소송제기부터 이번 항소심 결과가 나오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듀폰이 코오롱을 견제하기 위해 제기한 천문학적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이겼다는 게 중요하다"며 "애플을 포함한 미국 기업들의 국내 기업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거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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