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정몽헌 회장이 남긴 재산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현대아산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그룹 계열사 지분은 현대상선 505만3,473주(4.90%)와 현대종합상사 89만4,095주(1.2%), 현투증권 165만1,936주(0.78%) 정도다.
이를 시가로 계산하면 현대상선 145억5,400만원, 현대종합상사 3억4,000만원 등에 이르지만 현대상선 주식은 정 회장이 연대보증을 서면서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이고 현대상사 지분은 감자될 처지다. 설상가상으로 비상장기업인 현투증권은 자본잠식 상태여서 사실상 휴지조각에 가깝다.
2000년초만해도 정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4,000억원에 달했다. 당시엔 현대전자 835만주, 현대건설 2,047만주 등의 상장회사 지분이 더 있었다. 하지만 현대전자와 현대건설 등이 부실한 것으로 판명, 정상화 과정을 밟게 되자 그는 지분을 대부분 잃게 됐다. 정 회장은 2000년 5월에는 현대투신 부실에 책임을 지고 1,000억원대의 비상장 주식을 채권단에 내놓기도 했다.
정회장은 과거 계열사 유상증자를 위해 한 보험사에서 500억원을 빌려는데 지난해 말 전액상환을 요구받아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놓였었다. 딱한 사정을 들은 정상영 KCC 회장이 이 돈을 대신 갚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 회장은 주식 지분이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다”면서 “성북동 자택이 사실상 유일한 유산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