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장 강금실 "정치인으로 남겠다"
"강금실이 진정한 승자"… 여권내 차기주자설 부상당내 역할에 대해선 즉답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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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장 강금실 "정치인으로 남겠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 후보에게 패한 열린우리당 강금실(康錦實) 후보의 행보에 여권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 후보는 31일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확정된 직후 성명서를 통해 "저를 거듭나게 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한동안 `법무법인 대표 강금실'이 아닌 `정치인 강금실'로 남을 생각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강 후보가 지난 4월 선거출마를 선언할 때만 하더라도 "앞으로 2개월만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던 사실을 감안해 본다면 상당한 입장 변화가 이뤄진 셈이다.
강 후보는 당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생각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그는 "시민 여러분 곁에서 같이 호흡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겠습니다"라며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모색해보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러브콜을 받고 고심끝에 정치판에 뛰어든 뒤, 선거에서 패배하고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평범한 영입인사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선거에서 참패한 패장의 진로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역할론까지 거론되는 이례적인 상황은 강 후보가 선거과정에서 무한한 정치적 잠재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강 후보 캠프에서 기획을 담당한 민병두 의원은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강금실"이라며 "우리당의 모든 사람들이 무너져버린 마지막 3일동안 강금실은 우리당의 구심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도 "강 후보가 선거운동기간 우리당이 지향해야 할 정체성과 목표를 제대로 보여줬다"며 "강 후보가 희망이 사라진 우리당에 미래를 준비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당내에서는 강 후보를 차기 대권주자군 반열에까지 올리려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지지율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군에 강금실이라는 새로운 피를 수혈해 2007년 대선을 대비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당내에서 어느정도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지방선거 이후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사퇴할 경우 강 후보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아이디어까지 제기될 정도다.
물론 강 후보가 선거후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하더라도, 기성 정치권에 별무리없이 착근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강 후보가 이번 선거 막판에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법무부장관 시절의 이미지만 떨어뜨릴 정도로 미숙한 부분도 많이 발견됐다"며 "지금 이 상태로 정치권에 뛰어든다면 반짝변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강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은 `패러다임 쉬프트'와 `경계허물기' 등 그럴듯한 구호만 꺼내놓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강 후보가 우리당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강 후보가 당내에 확실한 기반이 없다는 사실도 정치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강 후보가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할 경우에는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대권주자인 정동영 의장과는 경쟁관계가 될 개연성이 크다. 이 같은 맥락에서 강 후보가 김근태 최고위원과 손을 잡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강 후보가 정치를 계속하더라도 당장 당으로 들어오지 않고 당 외부에서 활동하면서 때를 기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입력시간 : 2006/06/01 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