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30일] <1383> ES빌딩

1931년 4월30일,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ESB)이 들어섰다. ESB는 애초부터 수많은 기록을 낳았다. 단 보름 만에 설계를 끝내고 공사기간도 410일이 걸렸을 뿐이다. 매일 3,700여명의 인력이 달라붙은 결과다. ‘속도전’에 인부 5명이 사망했지만 한창 때는 일주일에 4.6개 층을 올릴 정도로 시공속도가 빨랐다. 공사비도 엄청났다. 부지매입과 인건비, 벽돌 1,000만개와 철강 9만톤, 파이프 113㎞, 전선 760㎞ 등 자재를 합친 총공사비는 4,095만달러. 요즘 가치로 30억달러가 넘게 들어갔다. 당초 설계안은 86층 320m였으나 인근 크라이슬러 빌딩과의 차이(1.2m)를 벌리려고 61m에 이르는 비행선 계류탑을 쌓는 통에 공사비도 늘어났다. 건물 꼭대기에 바람이 거세 비행선 계류장은 기능을 살리지 못했어도 ESB는 1972년 세계무역센터(2001년 9ㆍ11테러로 붕괴)가 등장하기 전까지 41년 동안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위치를 지켰다. 견고성으로도 유명하다. 1945년 안개로 항로를 잃은 B-25폭격기에 들이받혔으나 사망 14명을 기록한 채 불과 이틀 만에 건물 기능을 되찾았다. 화려한 기록과 달리 초기의 ESB는 애물단지였다. 대공황기인데다 대중교통수단과 거리가 멀어 ‘엠티(emptyㆍ텅 빈) 스테이트빌딩’이라도 불렸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경제위기를 겪는다는 속설인 ‘마천루의 저주’도 ESB가 시발점이다. 쿠알라룸푸르 트윈빌딩(아시아 경제위기), 타이베이 국제금융센터(IT버블 붕괴)를 거친 마천루의 저주가 160층짜리 버즈두바이로 이어졌는지 아랍에미리트는 불황에 빠져들었다. 안보위기론 속에 건설될 잠실의 초고층 빌딩은 비행기와 충돌하지도 않고 경제위기를 심화시키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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