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1월9일, 스페인 마드리드 외곽 콰트로 비엔토스 비행장. 굵은 시거형의 동체 위에 회전날개(로터)를 단 ‘C-4’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오토자이로(Autogyro)가 최초로 하늘을 난 순간이다. 오토자이로란 프로펠러 비행기에 헬기의 날개를 얹은 비행체. 엔진의 힘으로 로터를 가동하는 헬기와 달리 오토자이로의 로터는 무동력으로 움직였다. 프로펠러의 힘으로 비행할 때 생기는 기류에 따라 로터가 양력(뜨는 힘)을 얻어 안정적인 비행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왜 복잡한 비행구조를 택했을까. 안전을 위해서다. 엔진이 꺼져도 로터가 회전하면 보다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는 발상이 출발점. 단풍나무 씨앗이 바람을 타고 회전하며 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오토자이로 개발자는 스페인의 시에르바(J Ciervaㆍ당시 28세). 비행기에 매료돼 17세부터 소형기를 제작했던 그는 군용기 설계 공모전에 출품했으나 추락하는 실패를 겪은 뒤 ‘비상시 안전한 착륙’을 고민하다 오토자이로를 고안해냈다. 실패도 많았다. C-4는 네번째 시제품이라는 뜻이다. 시에르바는 1936년 사망하기까지 모두 12개종의 오토자이로를 선보였다. 1926년부터는 영국과 프랑스ㆍ독일이 면허생산 방식으로 180여대의 기체를 만들었다. 민간과 군대에서 우편과 정찰ㆍ감시용으로 사용되던 오토자이로는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수직 이착륙과 정지비행이 가능한 헬리콥터에 밀려서다. 기술이 끊기 지 70여년이 지난 오늘날 오토자이로는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안전성이 뛰어난데다 제작과 운용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도 오토자이로 제작기술이 들어간다. ‘자이로콥터’ 또는 ‘자이로플레인’으로도 불리는 오토자이로 개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