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성급한 출구전략 '日 잃어버린 10년' 부른다

금리인상등 서두르다간 '대차대조표 침체' 위험<br>민간 리레버리징 나올때까지 재정지출 계속해야<br>■ 대침체의 교훈 (리처드 C. 쿠 지음, 더난출판 펴냄)



미국과 중국 등 각국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과잉 유동성과 재정적자 등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금리인상 등을 통한 '출구전략(Exit Strategy)' 시행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취한 정책들을 원래대로 환원시켜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신용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됐고 세계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더 늦기 전에 '출구전략' 시행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론 정책당국자들 사이에서도 그 시점을 놓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부터 더 미룰 수 없다는 반박에 이르기까지 서로 팽팽히 맞서는 탓에 누구 말이 옳은 지 혼란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라증권 수석연구원 리처드 C. 쿠의 신작 '대침체의 교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저자는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즉 장기침체를 분석해 오늘날 해법을 제시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는 성급한 출구전략의 시행은 경기 회복세를 다시 꺾이게 만들고 장기불황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 근거로 일본의 장기불황과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의 사례를 독자에게 내놓는다. 서브프라임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는 1990년대 일본의 경기침체는 물론이고 1930년대 세계대공황과 같은 선상에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즉, 과잉부채로 인한 자산버블이 급격히 꺼지면서 벌어진 경제위기라는 측면에서 위기를 분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저자는 '대차대조표 침체(balance sheet recession)'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이는 자산가치가 급격히 꺼지게 되면 대차대조표상에서 부채가 급격히 높아져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장부상 부채'를 줄이기 위해 현금을 우선적으로 투입하면서 벌어지는 불황이다. 이런 시기에는 정부가 통화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쳐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어도 돈이 실물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아 경기가 침체된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일본의 경기침체가 대차대조표 불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 금리인하와 같은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효과가 없다고 설명한다. 대신 세금감면 조치나 정부의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섣부르게 재정건전화를 시도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충고다. 정부는 민간의 리레버리징(re-leveraging)이 개시될 때까지 재정지출을 지속해야 하며, 민간의 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될 때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일본의 장기불황 경험이 현재 세계경제에 주는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반면 통화정책은 약발이 먹히지 않으니 재정정책에 '올인' 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다소 성급한 결론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저자는 재정정책으로 인한 정부차원의 재정적자 누적과 국가 부도 사태에 대한 위험성은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간다는 인상을 준다.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간과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2만5,0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