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공공주택, 유주택자 '잔칫상'
무주택자 '10년 전매제한' 부담에 외면하자인천 논현2·아산 배방등 청약자 대거 몰려"전매제한 기간 지역별 탄력있게 적용해야"
김문섭 기자 lufe@sed.co.kr
'무주택자를 위한 공공주택을 놓고 유주택자들이 잔치판 벌인다(?)'
무려 4개월간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공공아파트에 갑자기 청약자가 몰려들어 8.5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무주택자를 위해 짓는 공공주택인데도 '10년 전매제한'에 부담을 느낀 무주택자들이 끝내 외면하자 하는 수 없이 유주택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결과다.
이에 따라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전매제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26일 대한주택공사에 따르면 최근 인천 논현2지구 '휴먼시아' 아파트의 미계약분 69가구(32평형)에 대해 무순위 접수를 받은 결과 총 587명이 신청해 8.5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872가구에 대한 분양이 시작된 후 4개월여 동안 주인을 찾지 못했으나 유주택자들도 아무 자격제한 없이 청약할 수 있는 무순위 접수로 바뀌자 갑자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에 무순위 접수를 통해 당첨된 사람들은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혹 동ㆍ호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계약을 포기하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반면 앞서 이 아파트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했던 무주택 청약저축 가입자들은 10년간 재당첨 금지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주공이 건설하는 충남 아산 신도시 1단계 배방지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102가구에 대한 청약접수를 시작했지만 국내 최대 신도시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지금까지 79가구(29ㆍ33평형)가 팔리지 않았다. 배방지구는 사업승인을 일찍 받아 5년의 전매제한만 적용되지만 주변지역의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탓에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다. 주공은 26일부터 선착순 계약에 들어갔는데 1차 시한인 이날 오전10시까지 약 350명이 지원해 4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따른 전매제한 규제 때문이라는 게 주공 안팎의 일치된 분석이다. 분양대금의 상당액을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무주택자들이 10년간 처분 불가능한 집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외곽이나 비인기 지역에서는 공공주택을 값싸게 지어봤자 결국 유주택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역별로 전매제한 기간을 탄력 있게 적용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소형 아파트의 전매제한은 2005년 분양가상한제 도입 당시만 해도 5년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판교 신도시에서 청약과열이 우려되자 정부가 시행 몇 달 만에 10년으로 크게 늘렸다.
주공 인천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지역 내 무주택자는 여전히 많지만 10년 전매제한으로 환금성이 떨어지다 보니 청약을 망설이고 있다"며 "수도권의 비인기 지역은 앞으로도 이 같은 숙제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3/26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