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자치구들은 지난해부터 직원 월급을 주는 데도 허덕일 정도로 재정사정이 좋지 않다. 금정구의 경우 지난해 2007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직원 인건비 340억원 중 12억원, 사회복지비 715억원 중 22억원 등 100억원가량의 세출요인을 반영하지 못했다. 퇴직 등으로 결원이 생겨도 채용을 미루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주차장특별회계에서 돈을 끌어다 쓰고, 부산시에 통사정해 교부금을 더 타내 추경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부도기업’ ‘빚쟁이’ 신세를 면할 수 없다. 구청 기획예산실 관계자는 “급격히 늘어난 정부의 ‘사회복지 국고보조사업’에 써야 할 구 예산을 확보하기도 버거워 구민들이 이용하는 공원ㆍ복지시설ㆍ도로 등을 보수할 자체사업 예산은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라며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북구ㆍ사하구 등도 비슷한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양극화 부채질=다른 광역시와 서울특별시 자치구들 가운데 상당수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세입은 뻔한데 정부가 20여년 전에 만들어진 국고보조비율 체계 등을 손질하지 않은 채 지난 2004년부터 ‘사회복지 국고보조사업’을 대폭 확대한 탓이다.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가난한 자치구들은 재산세ㆍ면허세ㆍ사업소세 등 3개뿐인 자치구세 세수가 빈약한 반면 기초생활보장비ㆍ영유아보육비 등으로 지원할 예산 규모는 부자 자치구보다 2~3배 이상 많다. 하지만 정부는 자치구의 재정력, 저소득층 인구를 감안하지 않고 20%, 50% 등 일률적으로 정해진 국고보조율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 자치구간 재정 불균형을 심화시켜왔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부산ㆍ대구ㆍ광주ㆍ인천ㆍ대전ㆍ울산 등 6개 광역시의 44개 자치구들이 사회복지 국고보조사업에 쓰는 돈은 2002년 총 예산의 18.3%에서 올해 28.7%로 높아졌다. 대구 달서구, 광주 북구, 부산 북구의 경우 그 비중이 올해 45.9~42.5%로 치솟았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포함한 전국 69개 자치구의 사회복지 국고보조사업 예산 비중도 5년 사이 14.5%(1조3,660억원, 최종예산)에서 올해 22.7%(2조8,020억원, 추경 편성 전 예산)로 높아졌다. ◇자체사업예산ㆍ비중 모두 추락=그 여파로 44개 광역시 자치구 가운데 21곳(48%)은 올해 자체사업 예산이 총 예산의 10%를 밑돈다. 부산 금정구와 북구는 그 비중이 5.9%, 6.7%에 불과하다. 구민들을 위해 쓸 예산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김현조 서울 노원구청 기획예산과장은 “올해 300억원 규모의 자체사업 예산(총 예산의 17%)을 편성했는데 이런 규모로는 도로ㆍ하천ㆍ공원 등을 현상유지하기도 버겁다”며 “위험등급 D급 판정을 받은 한천교 보수 예산도 서울시에 통사정해 최근 간신히 특별교부금을 타냈다”고 어려운 형편을 전했다. 광역시 자치구의 자체사업 예산이 총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19.3%에서 2003년 21.6%로 높아졌다가 하락세로 반전, 올해 11.9%로 거의 반쪽이 났다. 서울을 포함한 69개 자치구도 자체사업 예산 비중이 2002년 22.7%(2조1,450억원)에서 2004년 27.8%(3조3,250억원)로 커졌다가 올해 17.4%(2조1,400억원)로 3년 연속 비율ㆍ예산규모 모두 작아졌다. 77개 시와 88개 군도 그 비중이 올해 31.1%, 22.3%로 2005년 각각 36.1%, 25.9%로 정점을 찍은 뒤 2년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자주(自主)세원 마련이 근본대책=이 같은 상황은 내년 기초노령연금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올해 사업예산의 80%가 국고지원 사회복지예산인데 이대로 가면 오는 2010년에는 자체사업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될 것”이라며 “자치구간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지방재정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적지않은 자치구들이 ‘식물 지방자치단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도 뒤늦게 기초자치단체간 재정 양극화 완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자체에 안정적인 세원을 떼어주기보다는 보조금ㆍ교부금을 늘리는 미봉책에 머물고 있다. 기존 사회보장 국고보조사업 가운데 규모가 큰 기초생활보장ㆍ영유아보육사업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국고보조율을 3단계로 차등화하고 지자체에 큰 부담을 주는 신규 국가보조사업에 대해서는 소관 법령에 차등 국가보조율(기초노령연금의 경우 40~90%)을 명시하는 식이다. 전국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의 주용학 수석전문위원은 “국고보조율 차등화 등이 자치구의 재정난 완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보통교부세(내국세의 19.24%를 떼어내 지자체 재정부족액을 보충해주는 재원) 교부율 인상, 시세-구세 및 국세-지방세 간 세목교환 등을 통해 기초자치단체가 인건비 등 경상비용을 자체 세원으로 충당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 근본대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