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에서 부처 업무추진비를 20% 깎는 대신 국장급 이상 고위직의 직책수당(월정직책급)을 최고 50%까지 올리도록 해 공무원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5일 정부 부처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2006년 업무추진비 제도개선 시행방안’을 마련하면서 업무추진비를 20%씩 일괄 삭감하는 대신 삭감분의 절반인 10%를 3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직책급이나 기본사업비 등으로 전환해 예산에 반영하도록 하는 지침을 각 부처에 시달했다.
지침에 따라 각 부처는 업무추진비 삭감재원을 활용해 현재 월 55만원 이상의 직책급을 받고 있는 국장급 이상 고위직을 대상으로 기존 직책급을 최고 50%까지 늘려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공무원단체는 이에 대해 비난 성명을 내고 고위직에 대한 직책급 인상은 하위직으로 갈 재원을 줄여 고위직의 봉급을 올려준 것이나 다름없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행정자치부 공무원직장협의회는 ‘업무추진비 절감분을 고위직 쌈짓돈으로 전환하는 기획예산처를 규탄한다’는 성명서에서 “업무추진비가 기관의 공통경비인데도 실제로는 고위직이 거의 사용해왔던 게 현실”이라며 “이번 조치는 기관 공통경비를 삭감, 고위직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또 업무추진비는 사용처를 밝히고 영수증을 첨부해야 하지만 직책급은 영수증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당의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업무추진비를 능력개발비ㆍ후생비 등으로 돌려 전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업무추진비 제도개선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공노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하위직 공무원들에게는 시간외 수당, 당직수당, 출장비, 연가보상비 등의 인건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서 고위직들의 쌈짓돈을 늘리겠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중앙부처 일부 국장급 간부들은 “업무추진비 대폭 삭감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국장급 간부들이 직책급을 자율적으로 업무추진비로 사용하도록 한 조치”라며 “공무원단체의 주장은 지나친 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계경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청와대가 제출한 ‘2006년도 세출예산각목명세서 분석자료’를 인용해 대통령과 1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의 직책수당은 평균 50% 오르지만 3ㆍ4급 공무원은 10∼20% 줄어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