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에서 금융제재 관련 사항을 총괄하는 피터 해럴 제재담당 부차관보는 29일 외교부 청사를 찾아 외교부, 산업부, 기획재정부, 은행 등 우리측 관련 기관을 상대로 러시아 제재에 한국이 동참해야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후 지난 3월부터 러시아 개인·기업을 대상으로 자산동결 및 여행금지 등의 제재를 취해왔다. 지난 16일에는 국영 석유회사와 민간 가스회사, 러시아 핵심 금융기관 등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유럽은 이번 주에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할 예정이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확대는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반군에게 격추된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추정과 맞물려 있다. 미국은 여객기 피격사건 이후에도 친러 반군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지원이 줄지 않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럴 부차관보의 방한 협의에 대해 “결실 있는(fruitful) 협의를 했다”면서 “특정 국가를 거명하고 싶지는 않으며, 우리의 모든 파트너들이 동참해 러시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기를 확실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리 측은 러시아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미국의 제재 조치에 따른 우리 기업의 영향 관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양측은 미국 제재의 기술적 세부사항에 대해 유익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 조치를 잘 알고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재의 취지를 지키도록 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재 동참 의사에 대한 질문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해서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가 있다”면서 “그 연장선 상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및 말레이시아 항공기 추락 사건과 관련된 동향들을 다 포함해서 적절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