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칠레 대지진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칠레를 강타한 지진은 지난달 12일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0 지진보다 800∼1,000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파악된 인명피해는 아이티 때와 달리 수백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칠레가 비교적 적은 피해를 본 이유로 무엇보다 잦은 지진에 길들여진 강한 내성을 꼽았다. 칠레에는 지진 자체를 느낄 수 없는 무감(無感) 지진을 포함해 연간 200만번의 지진이 찾아오는데다 규모 8 이상의 강진도 연 1회 이상 발생하는 탓에 국가 전체가 지진에 언제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지진에서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이유로 국가의 '준비된 상태(preparedness)'를 들며 칠레 정부와 국민들이 평소 긴급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격한 건축 법규와 세계 어느 곳보다 많은 지진 전문가가 있는 등 지진에 강한 인프라도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시신 발굴작업이 진행되면 사망자 수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많은 건물들이 애당초 내진 설계로 지어진 덕분에 지진 충격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지진 피해가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집중됐던 아이티와 달리 지진이 수도 산티아고에서 325㎞ 떨어진 곳에 집중돼 인구 밀집지를 피했고 아이티는 지표면에서 불과 13㎞ 깊이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과 달리 칠레는 진원지가 지하 34㎞ 지점으로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아이티와 다른 칠레의 지질 환경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아르헨티나 국립 지질예방소의 알레한드로 히우리아노 소장은 "칠레는 단단한 지질을 가진 데 반해 아이티는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