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평가위] 현대-LG 반도체빅딜 중재 왜 실패했나

기업구조조정위원장등으로 구성된 주식가치평가위원회가 LG반도체 주식 인수가격 결정에 실패함에 따라 쉽게 풀릴 것으로 기대됐던 반도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평가위는 『현대와 LG가 주식양수도 가격에 대해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아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다』면서 『이에 관한 모든 처리를 금융감독위원회에 위임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주식가격에 대해 전혀 입장을 바꾸지 않아 평가작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평가위가 중재를 하지 못한 것은 양측의 첨예한 시각차외에 앞으로 발생할 지도 모를 말썽의 소지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주식가치 평가에 대한 이의 및 법적인 문제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양측이 수긍하지 못하는 조정안을 내놓기는 다소 무리가 따랐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평가위 한 관계자는 『양측의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중재하기가 어려웠고, 특히 평가시한에 맞춰 서둘러 결론을 내리면 정부가 평가를 강행한 것으로 오해를 받을 소지가 커 가격산정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왜 실패했나=주식 양수도가격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평가위는 지난 22일 이후 양측 관계자들은 물론 양사의 대리인인 메릴린치(현대)와 골드만 삭스 및 리먼 브러더스(LG)측과 연쇄접촉을 갖았으나 양측의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림 참조 현대는 LG반도체의 가치를 현재 LG가 보유하고 있는 LG반도체의 지분 59%에 대한 주식시세와 프리미엄을 합쳐도 1조2,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반면 LG는 미래수익가치를 반영하는 현금흐름 할인법과 동종업체에 대한 상대가치 비교평가법을 들어 3조5,000억~4조원대를 주장해 왔다. 이같은 주장은 평가위가 구성된 이후에도 거의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지금도 확고하다. LG는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공장가동 중단등으로 주가가 현저하게 낮게 평가돼 있어 현재의 주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는 현대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는 이에 대해 『빅딜을 매개로 한 몫 잡아보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며 『국가경제를 생각해서라도 지금 당장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금지불방법에 대한 견해차도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는 현금을 포함해 통신회사 주식, 전환사채 등으로 대금지불을 원한 반면 LG는 원칙적으로 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LG는 현대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콤 주식을 넘겨받는 문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데이콤 주식을 5%이상 소유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있어 현대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콤 주식을 받는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기간이 짧았다는 것도 가격산정을 하지 못한 요인으로 꼽힌다. 6명의 인원으로 1주일도 안되는 짧은 기간내에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가격문제를 중재한다는 것 다소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현대와 LG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하지 않는 한 반도체 빅딜협상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다 새로운 평가방안을 마련하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예상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방안으로 3가지로 요약된다. 현대와 LG의 자체 해결, 다시 평가위에게 다시 한번 떠맡기는 방안, 제3의 평가기관 선정이 그 것. 그러나 당사자간 해결방안은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기 때문에 거의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또다시 평가위에 평가작업을 맡기거나 제3의 기관이 이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이 담당하더라도 앞으로 내릴 결론에 대해 이의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는 조건으로 평가작업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제3의 기관으로는 현재 양측의 재무대리인인 메릴린치와 골드만 삭스 및 리먼 브러더스는 물론 통합법인 경영주체 선정을 담당했던 아서 디 리틀(ADL)은 배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가위 관계자는 『현대와 LG가 다시 한번 평가위에 중재를 의뢰한다면 평가위원회의 틀을 완전히 바꿔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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