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기자의 눈] 康장관의 조직론

이종석 정경부 기자『어느 조직이나 구성원의 3분의 1은 열심히 일한다. 또다른 3분의 1은 있으나 없으나 그저 그런 사람들이고, 나머지 3분의 1은 오히려 조직에 해가 된다.』 신임 강봉균(康奉均)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사석에서 밝힌 조직론의 골자다. 康장관은 이어 『같이 생활해 본 다음 「아니다」 싶은 사람은 그때그때 정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직에 득이 되는 사람과 해가 되는 사람, 없어도 무방한 사람을 분류해 능력위주로 재경부를 재편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조직관리에 관해 이처럼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는 康장관이 지난 7일 취임 후 첫번째 인사를 단행했다. 평소 지론답게 유능한 후배들을 발탁, 요직에 전진배치시키는 형태의 인사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번 인사에 대한 평가는 그리 후한 편이 못된다. 과장급을 중심으로 인사내용에 대한 불만이 비등하고 있으며, 일부 계층은 인사결과를 직접적으로 비방하는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능력위주로 조직을 재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7일 단행된 인사를 꼼꼼히 살펴보면 康장관과 연이 닿는 구(舊) 경제기획원 멤버들이 대부분 요직을 차지한 반면 재무부 출신들은 대거 외부로 방출됐다. 장관의 능력평가 범위가 자기위주로 너무 제한되어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康장관의 이번 인사는 최근들어 편가르기가 사라지고 동일조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한 재경부에 해묵은 편가르기를 재현시켰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조직의 장(長)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은 리더쉽. 조직이 흔들릴 때 이를 보듬어안고 추스려 나가는게 지도자의 책무다. 오히려 리더가 앞장서 조직의 분열을 자초한다면 이는 통제력 여부를 떠나 자질문제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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