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70) 전 산은지주 회장이 금융계로 돌아왔다.
2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 전 장관이 사모펀드(PEF) 운용과 투자자문업 등을 염두에 두고 '파이오니아인베스터즈(Pioneer Investors)' 설립을 위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인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우선 자문과 일임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자문사 성격으로 오는 9월부터 영업에 나서고 앞으로 PEF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은 파이오니아인베스터즈의 총괄회장을 맡고 자산운용과 투자자문 등은 그가 산은지주 회장 시절 영입한 데이비드 전 전 산은자산운용 대표에게 맡길 예정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전 전 대표는 베어스턴스 수석 투자전략가를 지낸 후 디스커버리캐피털 등을 설립해 운용하는 등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전 전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초기 단계여서 비전과 구체적 사업계획을 밝히기는 이르다"며 "강 전 장관께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 전 장관은 산은지주 회장 시절 국내 기술혁신 기업과 창업·벤처 업체, 중소·중견 기업 등을 지원하는 '파이오니아 프로그램'에 각별한 애착을 보이면서 회사 이름도 이를 빌려와 향후 유망한 창업·벤처 기업 등을 발굴해 투자 파트너로 함께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산은지주 회장 시절의 경험을 살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등에 자문을 하고 금융을 지원하는 사업모델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장관은 최근 "저성장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는 자본수출을 통해 성공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강 전 장관은 산은 회장 때 전 전 대표를 영입한 후 1,340억원 규모의 kdb코리아베스트하이브리드펀드 등 2,500억원 규모의 3개 펀드를 출시하는 데 산파역을 해 당시 이들 상품이 '강만수 펀드'로 불리며 자산운용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 전 대표가 공을 들인 3개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각각 6.5%에서 최고 9%에 이르는 등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시 8회로 재무부 이재국과 재정경제원 차관을 거쳐 모피아의 좌장 격인 강 전 장관이 금융계로 컴백하면서 고위관료 출신의 PEF 운용사 대표 진출은 다시 한번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2005년 보고인베스트먼트를 이재우 대표와 공동 설립해 국내 첫 PEF를 선보인 바 있으며 구본진 전 기재부 차관보도 퇴직 후 인프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트루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최근 1,500억원가량의 자금을 끌어들이며 용인시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 전 장관은 워낙 금융계에 발이 넓고 기재부 장관과 산은지주 회장 시절 여러 기업들에 도움을 준 바 있어 상당한 자금을 모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어떤 딜(Deal)을 발굴하고 투자 대상을 어디로 삼을지는 관심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